불안: 이유를 모르는 긴장 상태
손이 떨리는 이유라고는 크게 없었다. 체온이 낮은 건지, 실제로 집이 추워 그런 건지 벚꽃이 피고 하루 건너 새싹이 나무로 자라나는 계절에도 내 계절은 겨울만 반복했다. 히터를 켜고 한참을 얼굴이 벌개지게 있어도 여전히 몸의 부분 부분이 쓰리게 차가웠다. 살얼음이 뜬 맥주잔을 드는 찰나 지문에서 느껴지던 온기, 그렇게 나는 이런 저런 온기로 해동되기를 기다렸다.
이냉치냉이라고, 내 책상은 유리 재질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방에 있다보면 몸이 떨리는 이유가 불안 때문인지, 한기 때문인지 알지 못했다. 잡음과 착각이 나를 다시 띄우지만 더이상 감정이나 생각 이딴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신경계 상태의 정상치는 잊어버렸으나 한참을 벗어나 있다고 설명해주시던 날, 집으로 돌아와 가만히 그래프를 보았다. 가운데 축을 기준으로 벗어난 나는 정상인이 아닌 걸까. 차라리 외계인이라 적응이 어려운 게 백 번 낫지. 아무튼 간에 필요시 라고 적힌 봉지를 뜯어 두 알을 입안에 욱여넣는 것이다.
심장의 양쪽을 조이던 끈이 느슨해지면 가끔은 졸음이 쏟아졌다. 7할은 괜찮다. 졸리면 운전 및 기계조작금지. 실제 봉투에 써있는 문구다.
꿈을 꾸면, 나오는 사람들은 항상 죽지 못해 살았다. 고층에서 떨어져서, 무언가에 몸이 짓눌려서, 차에 치여서, 시대가 바뀌면 우물에 빠져서, 귀신에 홀려서, 인파에 휩쓸려서. 그러면 나는 그를 안타까워 했다. 가판대로 세워진 세상에서 너는 또 허무한 생을 살아야 하는구나. 불쌍한 것.
불안의 기로에 서서 하는 일은 무척 많다. 새로운 곳에 낙하할 때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나는 불안하다. 명성이 추락할까, 걸맞는 자원이 부족할까, 그런 대단한 이유가 아니다. 귀퉁이에 걸쳐진 저 물건이 떨어질까, 시간이 몇 분 늦어질까, 그들이 원하는 게 나에게도 존재할까. 울퉁불퉁한 바위가 파도에 닳고 닳아 동그란 조약돌이 되듯 그어진 상처에 딱쟁이가 생겨 내려앉을 때, 우리는 다시 태어난 불안을 끌고 온다.
선생님은 뭐가 그렇게 불안하냐 부러 가볍게 물으시고, 나 또한 개구지게 웃으며 답한다. 그러게요. 저도 모르겠어요. 우리는 왜 알지도 못하는 것에 대해 확실히 불안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