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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신우 Jun 17. 2024

운명運命을 운전運轉하는 자는 누구일까?

‘운명’의 한자 ‘운’은 ‘움직이다’ ‘옮기다’ ‘운반하다’라는 뜻을 지닌다. 따라서 ‘운명’은 정해져 있다, 정해져 있지 않다, 이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의 ‘명命’을 움직이는 것은 누구일까?” 이것이 더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하는 일이 제대로 안 될 때면 ‘모든 게 나 때문이야.’ 하다가도 보이지 않는 힘, 즉 우주의 어떤 기운이 작동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나뿐 아니라 살면서 여러 문제에 부딪히거나 생각지 못한 상황에 놓일 때면 누구든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나는 종교가 없다. 신의 존재 또한 믿지 않는다. 내 의지대로 내 삶을 개척하고 노력하다 보면 그만큼의 보상이 따른다고 생각했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또한 내가 알고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대부분 나로부터, 내가 한 행동, 생각이나 내뱉은 말로 인해서 그 결과가 나타났다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약해져 있어서 그런 걸까? 마치 보이지 않는 우주의 기운이 나를 조종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많은 사람이 용하다는 무술인이나 점집을 찾아가곤 한다. 요즘은 전화상담이나 인터넷 상담이 가능한 곳도 많아서 나 역시 몇 번의 상담을 받아 보았다. 마음도 불안하고, 일도 불안하다 보니 어딘가에든 기대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나 보다.

최근 몇 번의 철학관을 다니며 공통적으로 들은 말이 “이름을 바꿔보라.”는 것이었다. 그 조언이 맞다, 틀리다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된 일들이 모두 이름 때문이라는 뜻이 아니라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삶의 변화를 시도해 보라는 의미에서는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었다.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으로 40년을 넘게 살았고 그동안 그 이름으로 나름 이름도 알리며 잘살아왔는데 개명을 한다고 생각하니, 설레는 마음도 있지만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많은 고민 끝에 나는 과거의 나, 열심히 달렸지만 후회할 일도 많이 남긴 나의 이름을 보내고 새 이름을 맞이했다. 이는 앞으로 좀 더 행복하게,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날을 기대하면서. 그동안 낙서가 많았던 내 삶의 도화지를 덧대지 않고, 다시 새로운 도화지 위에 새 삶을 그려나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가끔 실수도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을 다시 그릴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과거보다는 더 나은, 조금은 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해보려 한다.  


정해진 사주팔자라는 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한배에서 태어난 쌍둥이는 같은 운명을 타고나지만, 살아가는 동안 인과에 의해 전혀 다른 운명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 마음이 약해질 때, 사는 게 힘들 때면 ‘운명은 내가 운전해가는 것’이라는 믿음이 또다시 무너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결정을 하든 오롯이 스스로 책임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제 내 삶을 어떻게 운전해나가야 할까.

그 주체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싶다. 아무리 흔들리고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다시 오늘을 돌아보았을 때 새 도화지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를. 지금의 새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꿋꿋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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