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다림 Jul 10. 2024

40대도 청춘이 될 수 있어

며칠 전에 야구장엘 갔다.

삼성 선수 중 한 명의 응원가가

데이6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로 시작했다.

아들도 줄넘기 학원에서 최신곡들을 듣는 터라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 함께 써내려 가자

이 부분을 따라 불렀다.

확실히 중독성 있는 노래였다.

아들은 야구장에서 들은 후로

며칠 째 이 부분만 흥얼거리고 있다.

그러다 이런 대화가 오갔다.


"엄마, 청춘이 뭐야?"


설명하기 어려웠다.


"음... 푸르고 봄 같은 나이란 뜻인데,

주로 20대 형아 누나들 나이를 청춘이라고 해. 근데 요즘은 30대도 청춘인 것 같아."


"그럼 엄마는 청춘 아니야?"


"응. 엄만 끝났지.

난 이제 너의 청춘을 응원해야지!"


그렇게 '청춘'이라는 추상적인 단어에 대해

함께 이야기한 후 며칠 뒤였다.

샤워를 하고 나온 아들의 머리를 말려주는데

아들이 말했다.


"엄마는 아기 못 낳아?

동생 있음 좋을 것 같기도 해."


"엄만 이제 아기 낳기엔 나이가 많아."


"아니야. 40대도 청춘이 될 수 있어."


우리 부부의 수입은 고정적이지 않아

당장 6개월 뒤를 예상할 수 없었다.

게다가 아들이 태어나고 몇 년 간은 넉넉지 않았다.

그래서 둘째를 낳는다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라 생각했다.


그 당시 엘리베이터나 놀이터에서

처음 보는 어른들에게 동생을 낳아야 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화가 났었다.

그래도 어른이라 그냥 웃고 있었는데

그럴 때면 꼭 뒷말이 따라왔다.


지 숟가락 지가 물고 태어난다.


이 말이 싫었다.

무슨 세상 편한 소린지!

3살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기차 타고 부산으로 출퇴근해야만 하는

내 상황에서는 저런 말들이 분노를 유발했다.


결혼적령기가 되면  왜 결혼 안 하냐

결혼하고 나면  왜 애를 안 낳냐

첫째 낳고 나면 왜 둘째를 안 낳냐


내가 애 낳으려고 결혼하는 건가 싶었다.


그렇게 아들이 11살이 되었고

나는 마흔이 되었다.

 11살의 아들은 동생이 필요한 듯했지만

청춘이 아니라 불가능했다.

그래도 아들은

40대도 청춘이 될 수 있다고 위로해 주었다.



아들아,
너가 말한 나의 2회 차 청춘은
너의 푸르른 청춘을 위해 최선을 다할게!
매거진의 이전글 고민중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