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다림 Jul 23. 2024

여 있다

요즘은 현금 안 받는 상점들이 많다.

아들이 자주 가는 무인가게는

현금을 받기는 하지만

오래된 돈은 낼름낼름 뱉어내서

아들이 아이스크림을 못 사 먹는 경우가 있다.


엄마 입장에서도

용돈을 현금으로 주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아들 용돈을 주기 위해

일부러 ATM기에서 돈을 뽑고

편의점에 들러 잔돈으로 바꿨었다.


이제는 고학년이 되기도 했고

현금을 마련하기도 힘들어 카드를 주기로 했다.

남편이 잘 쓰지 않던 계좌를 살리고

카드를 신청했다.

핸드폰 뒤에 카드를 넣을 수 있는

케이스도 주문했다.

아빠의 카드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아들은


"아빠 폰이랑 내 꺼랑 너무 똑같이 생겼어."

라고 말했다.


검정색에 카드 넣을 수 있는 젤리 케이스까지... 내가 봐도 비슷했다.


"그러면 스티커 붙여서 구분해."

"근데 내 폰은 어딨어?"

"여 있네~"

"어디?"

"여~ 여 있잖아. 식탁에!"



여 있다
표준어로는 '여기에 있다'는 뜻!

거 있다
'거거에 있다.'는 뜻이다.

저 있다
'저기에 있다'는 뜻이다.

나도 마흔 쯤 되고 보니
부모님이 쓰시던 꽤 걸쭉한 말들을
입에 착 붙게 쓰게 된다.
'여 있다 / 거 있다 / 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널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