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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키샘 Jun 06. 2023

언어, 모든 학습을 구조화시키는 핵심 재료

자기 주도 학습 코칭하기 2-5)

본격적으로 학습에 관한 시간 계획표를 만들기 전에, 우리가 간과하고 넘어가기 쉬운 ‘언어’라는 주제에 대해서 짚어 보려고 합니다. 

앞서 학습자들이 학습하기 위한 기본적인 인지적 상태를 확보하기 위한 여러 심리 인성적 요인을 살펴 보았는데요. 그것들 못지않게 아주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학습자의 언어 능력입니다. 아이가 말을 잘하고 똑똑해야 한다, 그런 차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초등학교 3학년 정도까지 별로 힘들이지 않고 학교 공부를 따라가던 아이가 4학년이 되면 갑자기 어려워합니다. 고 1이 된 후 한달 여 동안 소위 멘탈이 털리는 아이들이 속출합니다. 일명 수포자들이 생겨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수학을 어려워하고 포기하는 아이들은 과연 수학적인 공식을 외우지 못해서 문제를 풀지 못하는 걸까요? 


2015년 캔자스 대학과 아이오와 대학 공동 연구진이 미국의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수학과 언어 능력의 상관관계’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한 ‘생소한 단어’로 인해 수학 문제 풀이를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질문 속 단어의 개념부터 파악하도록 지도했다고 합니다. 질문을 글로 써가면서 문제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도록 유도한 것인데요. 이 과정을 거친 후 아이들은 정답을 더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포브스에 실린 칼럼, 교육 전문 언론인, 나탈리 웩슬러에 의한 글을 보면, “잘 읽지 못하거나 어휘가 부족한 아이는 읽기 뿐만 아니라 수학에서도 큰 벽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수학 문제를 스스로 풀지 못한 학생들에게 큰소리로 질문을 읽게 했더니 곧바로 문제를 풀었다”고 말이죠. 


사람들은 보통 언어와 수리 능력에 대해서, 수학을 잘하는 학생은 언어에 약하고 언어를 잘하는 사람은 수리에 약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4년 네이처에 발표된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 논문에 의하면, “읽기 능력에 연관된 유전자 표현형 변이와 수학적 능력에 연관된 유전자 표현형 변이가 높은 유사성을 보였다”고 합니다. 즉 언어 능력이 잘 발달한 아이들이 수리적 능력 또한 뛰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합니다. 

자, 다시 한번 아까의 질문을 돌이켜 보겠습니다. 수학 포기자 아이들은 수학 공식을 암기하지 못해서 포기하게 된 걸까요? 그보다는 수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들, 핵심 개념과 논리 전개방식, 응용 문제에서 쓰인 부차적인 상식과 출제 의도 등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좌절 경험이 누적된 결과가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수학이 이렇다면, 다른 과목들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학교 학습을 잘 따라가던 아이가 갑자기 단순 암기과목조차 따라가기 힘들어할 때, 중 3에서 고 1로 넘어가는 시기와 같이 기본적인 학습의 양과 질이 급격히 레벨업 되는 때, 우리는 우리 아이들의 언어 학습과 훈련 상황에 대해서 반드시 되짚어 보아야 합니다. 


“비주얼 씽킹이 대세다, 언어보다는 이미지가 더 시대적 트렌드에 맞지 않나” 반문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더 생각해보면 비주얼 씽킹의 시대이기에 오히려 더욱 고도의 언어 능력이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비주얼 씽킹 프로세스를 예로 들면, 간단한 도형 + 단어를 연결하여 스토리보드화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단어를 뽑아내는 어휘력과 카피라이팅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죠. 


또한 모든 학문은 용어를 중심으로 발달합니다. 학습자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그 학문으로 진입하고 어휘를 늘려가는 과정을 통해 공부를 살찌웁니다. 또한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신의 어휘와 정보들을 새 것과 연결시켜 새로운 지식 전체를 흡수하게 됩니다. 특히 한자 문화권이면서도 표음문자를 쓰는 우리나라에서 어휘력과 문해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언어 능력을 가장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키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 하는데, 제 경험과 주위 언어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독서’만한 것이 없다는 결론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독서를 더 잘할 수 있을까 살펴보겠습니다. 


* 이 글은 저의 전자책 [자기 주도 학습 코칭하기]를 부분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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