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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름 Apr 17. 2024

식물을 가꾸듯

식물의 푸르름을 좋아해서 사계절 중 여름을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인 집에서도 그 푸르름을 느끼기 위해 약 2년 전부터 식물을 키우고 있다.


가장 처음 만난 식구는 바로 '남천이'란 이름을 지어준 남천나무.

여름엔 푸르지만 날이 쌀쌀해지면 빨간 열매도 맺는 어여쁜 친구였다.

푸릇함을 느끼기 위해 남천이 외에도 스파티필름, 유칼립투스 등 몇몇 친구들을 집으로 더 들였다.


함께하기 전엔 몰랐는데, 친구들은 각기 다른 환경을 좋아했다.

어떤 아이는 따스한 햇살을 좋아하는 반면, 어떤 아이는 해가 들지 않는 방 안을 좋아하고,

물과 바람이 아주 중요한 아이도 있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자라는 아이가 있는 반면, 하루 이틀만 신경을 못써도 시들시들 힘들어하는 아이도 있었다.


여러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알게 되었다.

너희 모두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구나! 그리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환경들을 조성해줘야 하는구나!


그렇게 한 두 달 시간이 지나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식물들이 잘 자라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법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식물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는 하지만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이유가 뭘까 고민했을 때, 답은 너무도 빨리 나왔다.


내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정도의 환경까지만 조성해 줬구나.

성장할 수 있는 환경까지는 조성해주지 못했구나.

물이 필요하기 직전 물을 주고,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바람만 쐬어주고, 딱 그만큼의 햇빛만 보여줬구나.


'더 충분히 하지 못했구나' 하는 깨달음에 조금의 미안함도 밀려왔다.


그러면서 동시에 생각했다.


나 자신에게는 성장할 수 있는 얼마만큼의 환경을 조성해 줬을까?

힘들지 않을 만큼만, 괜찮음을 유지할 정도의 환경만 조성해 주지는 않았을까?

유지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더 성장하기 위해선 뭔가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식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 것보다 더 나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게 필요한 물과 바람과 햇살의 충분한 양을 알고 있는지.


식물을 가꾸듯 성장할 수 있을 만큼 나도 충분히 가꿔줘야겠구나.


물도 바람도, 햇살도 충분히 쬐어주자.

성장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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