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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톤엠 Jun 08. 2023

3. 출마예정자 수행원

선거는 전쟁이다.

일단 외삼촌은 출마 예정자 신분이기에 정확히 예비후보도 정당 후보도 아닌 그저 출마의 뜻을 밝힌 민간인 신분이다.


보편적으로 출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초기엔 사무원이나 수행원은 가족이거나 가까운 지인들이 무급 자원봉사식으로 돕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선거까지 기간도 많이 남았고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입장에선 돈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당시 외삼촌은 나름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돈을 최대한 아끼는 이유는 앞으로 돈 쓸 일이 넘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불법적인 돈 봉투 살포하거나 잔치를 열어 음식을 접대한다던가 이런저런 물품을 퍼트린다던가 그런 불법선거에 사용하기 위한 돈이 아닌 순수히 선거전까지 일종에 생활비 즉, 기름값 식삿값 등의 활동비를 비축해두는 것이다. 


설령 돈 봉투를 뿌려서 당선된다 한들 그 당사자들은 그러한 당선이 떳떳하고 값진 자리라고 생각할까? 무리수를 감행하면서까지 시의원이라는 자리가 대단한 감투일까?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기초의원선거에는 법적으로 선거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한도가

3500~5000만 원 사이로 지역구의 인구수에 비례하여 책정된다. 액수만 다를 뿐 모든 선거에는 법적으로 한도가 정해져 있다. 그 이하로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나 그 이상으로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다. 


그렇게 부족하지도 그렇다고 넘치지도 않을 정도다.


선거기간 약 2주 동안 사용되는 연설 대담용 1톤 차량 임대가격이 2천만 원대를 웃도는 수준이며

선거캠프 사무직원 및 선거사무원(운동원)들의 급여, 식비, 사무실 임대료 그리고 잡다한 비품비용을 합쳐 대충 계산기를 때려보아도 약 한 달 만에 충분히 소진될 비용이다.


선거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유세차량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사돈팔촌 온 가족을 동원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물론 그 비용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먼저 준다는 것이 아니다.


법적인 한도 내에서 사용하라며 제한을 둔 것이며, 당선이 되면 100% 보전을 받고 유효득표수의 10% 이상을 얻으면 절반을 보존 받는 조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계책임자'는 선거캠프에서 '선거사무장'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당선이 된다 하여도 선거가 끝난 뒤 선거비용 보존을 잘해야만 사용한 만큼의 보존을 제대로 받지만, 

누락되는 부분이 많거나 혹여 특정 부분에서 사용한도 금액이 초과해버리면 자칫 선거법 위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당히 민감한 구석이 있다. 


당선자들은 당선의 기쁨으로 조금 덜 받더라도 안전하게 하향식으로 책정하여 자료를 작성하는 반면, 

당선되지 못한 사람들의 입장에선 낙선한 마당에 금전적인 회복이라도 노려보고자 상향식 자료를 작성하고 맞추느라 안간힘을 쓴다. 그건 '사람'으로서 매우 정상적인 심리다. 


출마 예정자들에겐 그러한 한도가 정해지지 않았다. 얼마를 사용하든 얼마를 아껴쓰든 그것은 오롯이 개인의 사적자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 경로가 선거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되거나 불법적인 요소가 다분한 지출이라면 말은 달라진다. 


외삼촌은 선거를 위한 일시적인 행위가 아닌 정말 오랫동안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지역사회봉사활동과 기부활동, 장애인 관련 활동을 했었다. 아마도 정계에 입문한 계기도 그러한 사화 활동이 확대되다 보니 이런 시궁창 정치판에 발을 내딛였는지도 모른다.


간단히 입을 옷과 속옷을 챙겨 지방으로 내려온 그날 밤, 도착하자마자 외삼촌을 만나 저녁식사와 소주를 반주 삼아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하여 논의하다가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겨 삼촌에게 물었다.


"삼촌, 정치를 왜 하시려고 하는거에요?" 


뻔한 질문에 조금 엉뚱한 답이 돌아왔다. 


"지역에 못된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못된 사람들이 의원에 당선되고 갑질하고 불량한 짓만 골라서 하니까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그 당시에는 사실 정치에 깊숙이 들어와 있지 않아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은 외삼촌의 그때 그 말이 무슨 뜻이었지 이해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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