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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니 Nov 24. 2023

가슴이 두근거릴 때 하고 싶은 일

하다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


  가슴이 두근거릴 때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그럴 때는 내가 계획하지 않아도 이미 어떤 행동들을 하고 있기도 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사랑이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면 나도 모르게 그의 주위를 맴돌며 말 한마디, 눈길이라도 한 번 더 주며 자꾸만 그 사람에게 더 가까워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세상만사가 다 귀찮다 했던 사람도 사랑에 빠지면 그와 우연히 마주치길 기대하며 거울 앞에서 옷을 몇 번씩 갈아입어보고 머리를 매만지지 않는가.


  사랑은 사람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집순이라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장소를 보고 가슴이 뛸 때 그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한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장소이든 날씨가 좋아 유난히 그날따라 예뻐 보이는 집 앞 공원이든 그곳을 보고 설레면 아이들과 또 남편과 그곳으로 나들이를 가자고 한다. 그곳의 풍경과 그날 느낄 수 있는 햇살과 바람들이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면 그것만으로도 그 여행은 성공이다.


  일을 할 때도 그렇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일에 대한 숙련도가 어느 정도 오르고 수월해질 수는 있겠지만 매일 하는 일이니만큼 할 때마다 신이 나고 즐거울 수만은 없다. 그럴 때는 사랑에 빠지기 시작하는 순간인 듯이 눈빛을 먼저 반짝여본다. 스스로 최면을 건다. 나는 지금 심장이 뛰고 설레며 기대되는 일을 마주하고 있다고. 물론 항상 그 최면이 성공적일 수는 없지만 그렇게라도 하면서 적어도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설렘이라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 명이라도 나를 따라 눈을 반짝인다면 그때는 정말 가슴이 반응하기 시작한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글을 끄적거리기는 했지만 포스팅을 하지 못했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간간이 떠오르는 생각들이나 일상의 일들을 적어 저장하기는 했지만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느껴졌다.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구나. 내가 쓴 글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나에게는 글도 심장이 뛸 때 하고 싶은 일이었나 보다. 그때 머릿속에서 퐁퐁 솟아나는 단어들과 이리저리 널뛰는 생각들을 잡아다가 이리 붙이고 저리 붙이며 글을 쓰고 나면 엄청 대단한 글도 아닌데 다시 읽을 때도 그 설렘이 느껴진다. 예전에 내가 일기를 쓰던 습관에서 나온 것이지 싶다. 일기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가끔 가슴이 요동칠 때만 집어 들어 마구 끄적거렸던 일기장이었다. 그 감정이 느껴지지 않으면 다시 읽을 때 내 글이 밋밋해 보였다. 무언가 하나 빠진 것처럼 느껴졌다.


  일상이  반짝거리고 가득  느낌이면 좋겠는데 부족함이 느껴지니 별로다 싶은 연애 같다고나 할까. 마음속의 기대는 가득하니 억지로 숨을 들이쉰  가슴을 부풀리고 눈을 깜빡이며 심장이 꿈틀대기를 바라보는데 정작 심장은  평화롭기만 하니 못내 아쉽다. 그런데 이런 아쉬움을 느낄 때에 잊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무척이나 평범하고 무덤덤한 연애의 일상  사이사이잔잔하면서도 묵직한 감동이 하나씩 끼어있다는 이다. 무심하게 지나 보내는 여러  중에 특별할 것도 없는 어느  벤치에 앉아 약속시간에 늦은 나를 기다리다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심쿵할 때가 있고, 로맨틱할  하나 없는 북적이는 식당에서 비어진  물컵에 조용히 물을 따라주며  얘기를 들어주는 그를 보며 귓가에 달콤한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할 때가 있다는 것을...


  그저 무던하게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짧은 심쿵이 내 가슴을 찾아올 텐데 나는 처음의 설렘만을 바라고 있었나 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잘하지는 못해도 글쓰기를 많이 좋아하는구나 싶다. 혼자 막 설레었다가, 지쳤다가, 권태감도 느꼈다가, 이런저런 고민도 하고... 결국 이 글은 꾸준히 글을 쓰지 못한 나에 대한 반성이다. 다른 많은 작가님들을 보며 성실한 것이 정말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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