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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al Song Dec 30. 2015

야구팬의 겨우사리

hot stove league*

스토브를 하나 샀다.


지난 겨울 월 난방비는 30만원이 넘게 들었지만 하루도 따뜻함을 누려 보지 못했기에, 올해는 따뜻한 집안 난방을 위한 다각도의 검토 끝에,등유를 넣는 작은 스토브를 구매하기로 했다.
기름을 넣은 난로를 집안에 두는 것이 좀 걱정이었지만, 4만원이라는 저가의 난로와 2만원으로 일주일 가동이라는 연비는 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을 만큼의 큰 매력이었다.

나이든 사람이나 아는 "곤로"와 비슷했다. 심지를 올리고 내리고 해서 불의 강도를 조절하고 라이터로 직접 불을 붙여야 하는 스토브. 높이 50에 지름 30의 아담사이즈라 거실에 있을 때는 거실로, 책을 읽을 때는 작은방으로 어디든 옮길 수 있는 기동성도 좋았다.

가장 좋은 점은 곤로처럼 물도 끓일 수 있고, 밤도 구울 수 있고 , 고구마도 구울 수 있고, 빨간 불을 보면 실제 온도 보다 더 따뜻하게 느낄 수 있는 맘의 여유도 얻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그렇게 물을 끓이고 고구마를 굽는 사이 스토브리그가 지나갔다.

KBO리그에는 역대 최고의 FA선수가 탄생했고 메이저리그에는 2명의 한국 선수가 더 늘어났다.

야신은 올해도 대형 FA를 얻었다. 2년 연속이고 한화로 보면 3년 연속으로 FA 최대의 구매자가 되었다. 이로써 야신은 내년에도 더욱 큰 성과에 대한 압력을 받게 되었다.
성취에 대한 강한 압박감. 이것 만큼 큰 독이 없을 것이다.

'즐기면서 했다'라고 말하는 승리자들의 말은 정말 '즐겼다'가 아니라 '압박감'을 느끼지 못 했거나 견디어 냈다는 것이다.
사실 올해 야신은 조금 달랐다. 그 달랐다는 의미는 변했다라는 뜻이 아니다. 물론 SK를 이끌 던 시절과 지금은 환경도 바뀌었고 야신도 바뀌었으니 달랐다는 의미에는 변했다는 뜻도 있지만 정확하게 집자면 야신은 올 해 성공해야한다에 흔들렸다.

그 동안 야신의 매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에 있었다. 야신은 늘 잃을 게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반드시 성공해야지 뭘 이뤄내야지 하는 압박에 역설적으로 강했다. 잃을 게 없으니 성공에 집착할 필요게 없었고 잃을 게 없으니 두려움이 없었고 잃을 게 없으니 복잡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 해는 그렇지 않았다. 야신이 뭔가 얻어서 부자가 됬다는 뜻이 아니다.
야신의 야구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다수 의견은 야신의 야구는 너무 이기는 것에 집착해서 재미없다라는 것이다. 마치 야신이 승리와 성공에 집착하고 그래서 매 경기도 어떻게든 이기려 하기 때문에 재미의 요소를 없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야신은 승리와 성공에 집착이 아니라 승리와 성공에 대해 초연하게 대응하기 때문에 '김성근식의 야구'가 된다고 생각한다.

1구, 1타석에, 30cm, 한 베이스, 작은 점에 집중하지 그 1구, 1타석, 한 베이스가 이루어낸 성적, 승리, 성공에 집중하지 않는다. 결과를 생각하는 순간 집중이 사라지고 게임도 사라지고 되려 1구, 1타석, 한 베이스의 가치가 사라지고 패배한다.

올해는 야신이 성공에 대해서만 집중했다는 것이 아니다. 성공해야 만 하는 상황에 휩쓸려다는 것이다. 그 성공은 사실 야신 자신만의 것이 아닌 그들 그 자리(프로야구 감독)에 오게 한 사람들을 위한 성공이었다.

팬이 만들어 준 감독. 꼴찌를 전전하는 야구팀의 팬들이 자신의 팀의 성적을 위해서 데려온 감독.
프런트와의 불화도 심하고, 강경한 태도에 kbo나 일부 야구팬에게 욕도 많이 먹는 감독, 야구게 주류가 아니라 비주류 감독.


그러나 골수의 팬들이 있는 감독.


구단의 주인인 구단주도 머뭇거리고, 구단을 운영해야 할 사장이나 단장도 머뭇거릴 때 , 구단에 실권이 없는 팬들이 꼿은 감독.

야신은 팬들에게 성적으로 갚고 싶었을 것이다. 그게 야신에게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주었을 테고 야신이 좀 달랐다는 것은 그럼 맘의 짐으로 시작 되었을 것이다.


야신에게 올 해 대형 FA는 득도 되겠지만 부담감도 커진 실도 많을 것이다.


등뒤에 딸린 자식이 있는 사람은 겁이 많아지게 된다. 겁을 먹은 장수는 전장에서 힘을 잃는다.

계백이 자식을 치고 갑옷을 옷에 꼬매고 나간것은 뒤를 치우고 마음에 두려움을 없에기 위한 결연한 의지.

장수는 뒤를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2016년 야신은 등뒤의 자식을 쳐내고 황산벌로 나서는 계백의 처연한 슬픔을 우리에게 보여 줄 것인지 궁금하다.


2016년의 새해 계획을 세워햐 하는 연말, 스토브 위에 '찐빵'을 삶으며 내년 달력을 연다.  새해의 할 일 2016년 2월 12일 오키나와행 비행기 티켓 구해하기라고 메모를 한다. 2016년 2월 14일 오끼나와에서 야신과 니혼햄의 연습경기에 대한 기사가 떴다.


스토브리그의 끝 새 봄, 야구가 없어 겨울이 긴 나는, 오끼나와로 떠난다. 야신의 유니폼을 구해 입고.


*hot stove league:보통 스토브리그라 함. 정식 표현은 핫 스토브 리그. 야구가 풀레이 되지 않는 겨울 동안 수다, 뒷담화, 토론이 벌어지는 것. 살롱, 복권방, 만물상, 이발소, 약국 등 모인 사람들의 중심에 석탄이나 나무를 태우는 배불뚜기 스토브가 있는 곳에서 지난 시즌과 다음 해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것.
-THE DICSON BASEBALL DICTIONALY
The gab,gossip,and debate that take place during the winter months when baseball is not being played. These discussion replaying  the past season and anticipating the next occurred at such gathering places as saloons, poolrooms, general stores, barbershops,and drugstores where there was a coal-wood-burning, potbellied stove at the center of the conversational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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