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을 소개합니다.
나는 교사다.
하루 중 자는 시간 빼고 학교에서 오롯이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집에서 오롯이 우리 집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더 많은... 물론 교실엔 아이들이 훨씬 더 많고 집에선 집안일이 할 것들이 많으므로 '오롯이'라는 조건이 붙는 전제하에 말이다.
교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사회적인 통념 혹은 기대감이 있어 학교 생활을 적나라하게 쓰기엔 위험부담이 크기에 어떨 땐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감추고 순화에 순화에 순화를 거친 뒤에야 글로 옮겨지는 작업이 되곤 한다. 나를 위해 쓰는 글이면서도 일반인에게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앞으로 우리 반 이야기를 솔직하게, 가감 없이 적어보고자 한다. 글쓴이가 교사니까 누구보다 교사의 관점이 많이 투영되겠지만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내가 느끼는 감정을 토해내고자 한다.
우리 교실은 마치 정글 같다. 우리 반 세계에는 약육강식이 고스란히 보인다. 아직 고학년은 아니라 학폭 정도의 심각한 따돌림이나 괴롭힘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아이들은 목소리와 행동반경이 크고, 부정적인 에너지가 무척 세다.
아주 아주 심한 날은 내가 학교가 아니라 병원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다.
우리 반 아이들을 소개하자면...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건들지 마, 개 짜증 나, 개 화나." 하며 소리 지르는 아이,
수시로 칠판에 나와 손가락 욕을 그려놓는 아이,
부모님 패드립(부모님 욕하는 것)을 장난이라며 아닌 척하는 아이,
친구들이 실수했을 때 "와우, 키읔키윽, 싹퉁바가지" 하며 놀리는 아이,
자기가 싫어하는 친구의 이름표를 슬쩍 제거하거나 물건을 훼손시켜버리는 아이,
하루종일 칼로 책상을 벅벅 긋고, 종이를 찌르며 새 지우개를 산산조각 내버리는 아이,
선생님 책상에 있는 선생님 학용품을 슬쩍 가져가서는 고장 내는 아이,
친구가 앉으려는 의자를 뒤로 살짝 빼서 넘어뜨리는 아이,
툭하면 상대방 외모 비하 "너 왜 그렇게 생겼냐, 진짜 못생겼다"로 상처를 일삼는 아이,
지나가며 가만히 앉아있는 아이 머리를 주먹으로 퍽 치고 가는 아이 등...
에너지 특히 부정적인 에너지가 너무 넘쳐 조절이 안 되는 아이들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또 다른 한편에는
시시콜콜 이르는 아이,
조금만 부딪혀도 바닥에 엎드려 대성통곡하는 아이,
반 학생이 다른 친구에게는 해준 것을 자기에게는 안 해주는 것을 가지고 불공평하다며 울부짖는 아이,
친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상처를 받고 울고 속상해하는 아이 등...
사소한 문제들을 본인이 해결하지 못해 쩔쩔매는 아이들이 그다음 부분을,
그리고
그림처럼 앉아서 책만 읽는 아이,
온갖 놀잇감을 가져와서는 사이좋게 나눠 노는 아이,
친구들 말에 공감과 수긍을 잘해주는 아이,
자신의 물건을 스스럼없이 빌려주는 아이 등...
우리 반엔 안타깝게도 소수이지만 어느 사회에서도 있듯 어떻게든 좋은 영향을 미치는 아이들도 존재한다.
우리 반에는 이렇게 서로 다른 결을 가진 아이들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호작용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호흡하며 지내고 있다.
그렇다면 교사인 나는 어떤 사람인가?
욕심이 많다. 아이들과 하고 싶은 게 많다. 열정도 많다. 목표가 있으면 어떻게든 그 목표를 이루어낸다.
잘 가르치고 싶다. 재미있게 가르치고 싶다. 아이들이 배움에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 교사로서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모든 문을 여는 열쇠가 되는 것을 교사로서 도달하고 싶은 숙명으로 생각한다. 가만히 두어도 잘하는 아이들을 챙기는 것보다 아픈 마음이 많은 아이들에게 어쩌면 열 배 이상의 에너지를 쏟고, 마음을 쓰고, 고민을 하곤 한다. 역차별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대목인데.. 우리 반의 아픈 아이들은 교사의 사랑마저 없으면 세상 어디에도 사랑받을 곳이 없는 아이들도 몇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하루하루 소용돌이치는 우리 반 아이들의 사건 사고에 순간 나도 모르게 감정에 휩쓸려서 부정적 에너지와 하나가 되어 우리 반 분위기를 불구덩이로 만들기 일쑤다. 내가 도달하고 싶은 곳은 차가운 심장인데 정작 불구덩이의 심장이 돼버려서 나중에 혼자 반성하고 좌절하는 나약한 인간이다.
겉으로는 완벽한 업무 수행과 학급 관리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물속에서 쉴 새 없이 발을 구르며 헤엄쳐서 간신히 물에 떠 있는 오리일 뿐이다.
슬슬 좌충우돌 우리 반 이야기를 글로 풀어보고자 한다.
올해 우리 반은 나의 교직생활 중 내가 그동안 겪었던 아이들 중 단연 역대급이다. 그러기에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 아이들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바꿔볼지 매일 고민한다. 다른 여느 교사들처럼.
하지만 나의 관점은 아이들 상담 수준이 아니다. 아직 어리지만 우리 아이들의 행동을 이끄는 내면아이가 될 수도 있고, 억눌려 있는 무의식이 될 수도 있다. 단순히 아이들의 문제 행동은 가정에서 시작된다는 상식을 넘어 가족에게 억눌린 뿌리 깊은 무의식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내가 전문 상담사는 아니기에 내가 접근할 수 있는 수준에서만 말이다.
환영한다. 우리 반 내면의 세계에 발 들인 것을.
Welcome to my JUN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