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졌다는 슬픔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
지난주에 개학을 하고 오늘이 딱 일주일 되는 날이다.
오늘은 2학기에 학급을 위해 봉사해 줄 새로운 학급임원들을 뽑는 날이다.
몇 해 전인가부터 학급임원의 역할에 무게를 주기 위해서 후보자 소개서를 미리 작성해 오도록 과제를 내주곤 했는데 이번 학기에는 총 4명의 아이가 후보자 소개서를 작성해 왔다. 후보자 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후보 등록을 완료.
아직은 3학년 아이들이라서 종종 말귀를 못 알아들어 엉뚱하게 행동을 하거나, 다들 장난기도 많고, 앞으로 지켜 나가야 할 각종 생활 도덕, 매너 등이 확실하게 자리잡지 못한 시기이다. 여러 가지 모든 것을 다듬기 시작해 가는 과정이기에 누구라도 원하면, 하고자 하면 아이들이 지지를 해주어 회장이나 부회장이 될 수 있다. 뭔가 해 나가면서 그 아이의 장점은 더욱 부곽 시키고, 단점은 다 같이 도우며, 많이 가르쳐가며 학급살이를 해야 한다.
1학기 땐 3명의 후보가 나왔고, 그중 두 명이 회장과 부회장이 되었다. 마음 아픈 말이지만 딱 한 명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떨어진 아이는 서글프게 울고, 너무 속이 상하여 그 이후의 수업이나 활동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았던 일이 생각난다. 근데 이번 학기에도 그 아이가 또 떨어지고 말았다.
우리 학교 선거 규정은 1학기 회장은 다시 등록할 수 없고, 부회장이었던 아이는 회장만 될 수 있고, 재투표는 1번만 가능하다. 첫 번째 투표에서 회장아이가 몰표를 받으며 당선이 되었고, 나머지 세 명이 동수가 나와 재투표를 해야 했는데 그중 한 명은 지난 학기 부회장이었던 아이라 자동 탈락이 되었고, 남은 두 명으로 재투표를 해야 했었다.
결과적으로 두 배 가량 표 차이가 나서 한 명은 부회장이 되었고, 또 다른 한 명은 떨어지게 되었다. 떨어진 그 아이는 이번에는 울지 않았다. 다만 신경이 예민하여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시비를 걸며 비난을 하거나 큰소리로 화를 내거나 지적을 하는 식으로 속상한 마음을 애써 감추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정작 내가 다가가서 무언가 마음을 알아주고 풀어주고자 하면 "그것 때문이 아니에요." 하며 회피하거나 얼른 다른 말로 돌리려고만 했다.
속상한 마음도 이해가 되고, 떨어진 것이 속상하고 부끄러워 그것을 감추고자 억누르고 다른 방식인 화로 표출하고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평상시에 그 아이가 하는 말과 행동에도 수치심과 자기혐오가 억눌러져 있는 것이 보인다. 특히 다른 사람의 외모를 극단적으로 혐오하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이 틀린 것을 인정하지 않고 급기야 화와 분노로 표출한다. 파괴적이라고 해야 하나? 물건을 집어던지고 소리 지르고 욕하는 등...?
나는 종종 우리 반 아이들을 보며 생각한다.
'저 아이는 무엇을 경험하고 극복하러 온 영혼일까. '
우리는 아무 이유 없이 만난 사람이 아니기에 더불어 한 가지 더 생각한다.
'나는 또한 무엇을 경험하고 극복하기 위해 우리 반을 만나는 영혼일까? 상대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고, 내 안에 어떤 혐오와 수치심, 화가 가득 들어있나? 내가 어떤 것을 좋다 나쁘다 딱지를 붙여놓고 있는 걸까?'
매일 불쑥불쑥 화가 찾아오니 본인이 제일 힘들 것이다. 그 아이가 어른이라면 거울명상을 소개해주어 무의식을 억누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거울로 표출하는 방법이라도 알려줄 텐데...
아... 모르겠다. 너무 어렵다.
억눌린 무의식임을 알면 알수록 이게 단순히 이성적으로, 노력으로 행동이 쉬이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니...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이럴 때마다 좌절감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