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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G G Nov 10. 2023

나 홀로 3일 차

어제 후기 및 전격 z작전. 아파트에 숨어있기

이번 주까지는 어찌 됐든 나는 밤에 들어간다!


어제 늦게 들어가 씻고 잘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청효를 씻기고는 청효더러 잠은 엄마 옆에서 혼자 잘 수 있지? 하며 슬쩍 나에게 토스를 했다.

나는 그냥 등을 돌리고 누워있었는데 청효가 “엄마, 엄마~” 하며 희미하게 부른다. 저도 모르게 불러지나 보다. 그러면서 슬쩍 내 눈치를 보고는 아무 말 없이 그냥 내 옆에 누웠다.

내가 몸을 돌려 청효를 바라보고 있자 청효가 아무 말 없이 곁눈질로 나를 보았다.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다시 슬쩍 눈을 떴다 감는데 그 조그만 눈 사이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희 잘못이 아닌데.. 너희가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마음고생을 하고 있구나.. 미안한 마음이 들어 청효 손을 잡아주었다.

평소 같으면 어떻게든 엄마품에서 한참 동안 잠도 안 자고 놀았을 텐데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았는지  내 팔을 꼬옥 붙들고, 손을 꼭 잡고 어쩔 줄 몰라하는 게 느껴졌다.

내 비록 미친 엄마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아이들하고는 화해를 해야지..

청효를 꼭 안아주니 청효도 그동안 못안은 것까지…  앞으로, 뒤로 몸을 돌려가며 최대한 밀착하여 실컷 엄마냄새 맡고 포근해하다가 잠이 들었다.


청효를 재우고 그다음엔 청화에게 갔다. 이틀 사이에 더 의젓해진 것 같은 청화. 엄마 왔는데 인사도 안 했냐며 부드럽게 물었더니 엄마 화나서 인사를 못했다고..

청화 학교에서 있었던 일도 물어보고, 청화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하며 안아주었다.


이렇게 아이들과는 사과와 화해를 했지만 남편은 아직이다.

오늘은 퇴근 후에 미용실 예약을 해둔 게 있어서 아파트에 일찍 들어가긴 해야 했다. 근데 아파트에 차가 들어오면 알림이 뜨는데 내 자존심이 그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 한다. 그래서 남편이 집에 없을 시간에 불시에 들어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2023년식의 전격 z작전이라고나 할까.


어젠 박물관 주차장이었지만 오늘은 아파트 주차장이다! 가장 구석지고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 공간을 찾아 차를 대고는 미용실 예약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조심조심 미용실까지 왔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첩보원이 된 기분이었다. 들킬세라 살금살금…


나는 지금 머리를 하면서 아이스커피를 서비스로 주셔서 기분 좋게 쉬고 있다. 3일 전의 일 뿐 아니라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온갖 엉망진창의 일들까지 모든 시름이 씻겨지는 기분이다.


오늘의 혼자 있는 계획!

미용실에서 머리 하기

편의점에 들러 저녁거리 사기

차 안에서 저녁 먹기

오늘은 책 대신 영화 보기.


이 정도면 내가 계획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어제보다 마음도 가볍다.


음… 아직까지는 매우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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