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준비된 선물같은 책
얼마 전 티비에 나태주 시인이 나왔다.
내가 그에 대해 아는 거라곤 나태주 라는 이름 석자와 그가 시인이라는 것, 우리집에 그의 시집이 한 권 있다는 정도였고, 그가 쓴 시들 중에는 따뜻하기만 힌 사랑이야기가 많아서 나에게는 그냥저냥 큰 느낌없는 그런 시인일 뿐이었다.
하지만 유퀴즈에 나온 나태주 시인은 나의 편견과는 달리 순수하고 따뜻하고 포근하며 동글동글 너무 귀엽고 재미있는 할아버지였다.
나는 원래 예전에는 누가 교사출신이라고 하면 내가 교사인데도 웬지 교사가 자신없고 부끄러워 ‘윽, 고리타분해!’ 하곤 했는데 나태주 시인이 초등학교 교장출신이라고 하니 웬지 더 친근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언제부턴가 내가 내 직업을 좋아하고 자랑스러워 하게 된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도서관에 가서 어슬렁거리다가 시집 제목에 끌려 나도 모르게 손으로 집어들게 된 책.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를 읽고 있다.
내가 최근에 여러 사정으로 많은 일들을 혼자 감당하며 육체적 정신적 시간적으로 간신히 버텨내고 있었기에 이 책은 특히 나에게 전하는 메세지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내가 많은 일을 하며 즐겁지 않고 힘들고 외로워하던 내 감정 이면에는 혹시 내가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잘하려고 애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내려놔야하는데 그걸 못해 양 손 가득 일을 쥐고있으려고 했던 건 아닐까? 하며 내 반성을 하고 있던 찰나였다.
그런 속사정과, 나태주 시인에 대한 인간적인 따뜻한 감정이 복집하게 얽히고 설켜 살짝 심쿵하며 시집을 읽어 내려갔다.
오늘 마침 학교일을 내려놓고 혼자 조용히 시간내어 시집을 읽을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 생겨 무척이나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나에게 적지않은 위로가 되 주었던 제목의 그 시를 필사하며 가슴에 새기고 싶어 남겨본다.
나 뿐 아니라 애쓰는 모든 영혼들에게 바치고 싶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조금쯤 모자라거나 비뚤어진 구석이 있다면
내일 다시 하거나 내일
다시 고쳐서 하면 된다
조그마한 성공도 성공이다
그만큼에서 그치거나 만족하라는 말이 아니고
작은 성공을 슬퍼하거나
그것을 빌미 삼아 스스로를 나무라거나
힘들게 하지 말자는 말이다
나는 오늘도 많은 일들과 만났고
견딜 수 없는 일들까지 견뎠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셈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오히려 칭찬해주고
보듬어 껴안아줄 일이다
오늘을 믿고 기대한 것처럼
내일을 또 믿고 기대해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너, 너무도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시를 음미하며 적어내려가다보니 나도 나지만 잘하려고 한참 애쓰고 있는 우리 딸 청화 얼굴이 떠올라 울컥했다.
이 시를 청화에게 선물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