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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o Nov 30. 2023

안티 에이징이 아니라 웰에이징!

모리 슈워츠의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를 읽고, 책 서평 

모리가 화요일에 다하지 못한 마지막 이야기


1997년 전 세계 독자의 눈물 바람을 일으킨 책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Tuesdays with Morrie)≫의 주인공, 모리 슈워츠 교수가 화요일에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고 우리 곁에 찾아왔습니다.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The Wisdom of Morrie)≫


바로 이 책입니다. 첫 장을 넘기기 전부터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작품이 연상되는 멋진 표지 그림이 마음을 사로잡는 모리 슈워츠 교수의 미발표 유고집입니다. 


모리 슈워츠(Morrie S. Schwartz), 그가 작가로서 세상에 남겨놓은 마지막 저서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는 노화를 키워드로 하는 교양 철학서입니다. 노화에 대한 자신과 주변의 사례를 바탕으로 나이 듦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사회적 태도와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세상을 향한 그의 잔잔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노화가 더 이상 두렵고 절망적인 생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미생에서 완생으로 나아가는 생의 중요한 단계라는 인식의 전환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모리 슈워츠, 나무옆의자, 2023]


창의적인 노화에 은퇴는 없다!


이 책의 주제입니다. 나이 듦을 회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현실로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욕망과 열망으로 삶을 가꾸겠다고 선택한다면"(p.11) 


노년은 "침체기가 아니라 내적 성장을 이룰 기회", "인생 후반부에 최대의 성장 잠재력과 자기실현이 존재한다."라는 아브라함 헤셀과 카를 융의 말을 빌려, 나이 듦은 우리에게 생의 어느 때보다도 안정적이고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합니다.


늙는 것, 나이 듦의 최고의 장점에 대해 모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뒤에서 흘끔대며 지시하는 상사가 없다는 점이다. 어느 때보다 스스로 알아서 시간을 관리한다. 새 도전에 직면하면 외적인 상과 벌은 전보다 미미하고 스스로 준 상벌만 남는다. 하지만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욕망과 열망으로 삶을 가꾸겠다고 선택하면 노인을 다 끝난 무용지물로 취급하는 노인 차별주의에서 해방되고 내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p.11)



노화에 대한 두려움 


노화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 차원으로 나눠보면, 개인적으로 노화가 진행되면 근육이 감소되고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서 질병과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신체적인 기능 저하로 장애가 나타나고, 신체적 쇠약은 정신마저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사회적으로는 더 이상 사회에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노인 차별 내지 노인 폄하의 시선이 존재합니다. 노인 차별에 대해 "노인 낙인"이란 용어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리는 미국에서 나타나는 노인 차별의 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했습니다. 미국 사회에 만연한 개인주의와 돈을 중시하는 미국 사회가 보여주는 핵심 가치의 문제와 죽음에 가장 가까운 연령층으로 노인을 바라보는 존재의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와도 다르지 않은 모습일 것입니다. 신체 기능의 저하가 가져오는 개인적인 것들과 노인에 대한 사회적 시각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물론 대부분의 사회에서 늙음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노년기에 접어들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도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살아온 노인들의 지각, 사고, 이해에는 세월의 경험이 녹아 있다. 맞닥뜨려 해결한 위기들, 세월의 이치, 불현듯 생기는 어렵고 놀라운 사건들… 인생을 보는 철학적 관점을 구체화할 수 있으며 이로써 삶에서 당면한 상황과 그 저변을 파헤칠 수 있다."(p.116)라는 작가의 말처럼,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되면 현실을 회피하는 대신 남은 시간을 잘 살 궁리를 하게 될 것입니다. 


“자기 안의 노인 차별주의를 깨달으면 자신을 노인으로 인정하고 사랑할 수도 있다. 노인을 차별하는 태도와 행동의 결과가 노년층을 더 불안정하고 불확실하게, 수치스럽고 비인간적으로 느끼게 한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우리는 나이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나이, 즉 노인인 우리 모습 '덕분에' 귀하고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다. 노인 차별주의를 극복하면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게 되고, 노인 차별주의가 추한 머리를 쳐들 때마다 쉽게 맞설 수 있다.”(pp.24~25)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모리 슈워츠, 나무옆의자, 2023]


우리는 모두 나이를 먹는다.


사람들이 노화를 경험하게 되는 연령대는 언제일까요? 60대, 70대, 아니면 50대?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사춘기 자녀도 두려워한다는 부모가 있습니다. 바로 갱년기에 접어든 부모입니다. 국어사전의 정의를 보면, 갱년기는 사람이 성숙기에서 노년기로 접어드는 시기를 말하며 대개 마흔 살에서 쉰 살 사이라고 합니다.  


시기가 이르고 늦음이 있을 뿐, 노화는 40대부터 시작되는 누구나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가끔씩 나이를 잊고 ‘왜 이렇게 아프고 왜 이렇게 힘이 들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병원에 가면 그 나이 때문이라는 진단을 받게 됩니다. 자신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나이 듦이 가져오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인생의 순리입니다. 


나이 들면 아이가 된다는 말처럼, 나이 들면서 나타나는 현상들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고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친구들과 차 한 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 위해 들른 카페에 놓여있는 키오스 앞에서 주눅들 필요도, 책을 읽기 위해 돋보기를 찾으며 우울해질 필요도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현실을 직시하려는 노력과 삶에 균형을 잡아 나가려는 자세일 것입니다. 


“귀가 감염된 것처럼 아프면 진찰받고, 청력을 읽으면 보청기를 착용하듯 정면으로 마주해 대처 방안을 강구”(p.74)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도움 받고 의존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 자신의 능력을 탓하거나 절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노년은 젊음을 불태워 세상의 험한 파도에 맞서고 희로애락을 거치며 이룬 인생이 받게 되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요? 인생을 잘 살아낸다면, 누구나 노인이 됩니다.


“모든 인생은 소중하며 어떤 연령대이든 그 주인이 아름답고, 쓸모 있고, 보살피는 삶으로 가꿀 수 있다. 독창적이고, 경험을 쌓고, 충만하게 지각하며 인간애를 발휘하는 삶이 될 수 있다. 내 인생, 건강, 자부심, 자존감, 삶에서 지속적으로 얻는 만족감은 남들의 그것들과 똑같이 중요하다. 누구나 공통의 인간애를 공유하며 인류에 기여할 게 많다.”(p.137)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모리 슈워츠, 나무옆의자, 2023]


초고령화 사회가 도래한다.


우리 사회는 유엔(UN) 기준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이미 17.5%를 넘어선(통계청 자료) 고령사회입니다. 2025년이 되면 고령인구 비중이 20.6%에 달하는 초고령 사회(super­aged society)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노년기 문제는 특정 세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문제입니다.


젊게 보이게 한다는 다양한 상품들, 노화 방지를 주장하는 안티에이징 제품들이 노후를 지연시키거나 노년기 삶의 질을 높일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노년기에 삶의 질을 높이고 잘 사기 위해서, 노년기 웰빙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모리 슈워츠, 나무옆의자, 2023]


안티에이징이 아니라 웰 에이징이다.


이 책에 나오는 사례 가운데 86세 되던 해에 차 사고로 양쪽 다리와 머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조시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9시간에 걸친 수술을 견뎌내고 병원에서 보낸 6개월 동안, 그는 중상을 입은 노인으로 사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립니다.  


“사람들에게 방문해달라고 청해요… 깜짝 방문을 받으면 기운이 납니다. 친한 친구들과 함께하면 즐겁고 따뜻하고, 친구들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어 우울하거나 외롭지 않아요. 인간관계는 제 삶의 원동력입니다.”(p.188) 


마음을 열고 하늘을 보기, 타인에게 존중받기, 삶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기, 잘 웃기, 탐험가의 정신을 발휘하기. 모리가 이 책의 8장에서 제안하는 세상을 아름답게 보며 행복한 노년을 즐기기 위해 갖추어야 할 태도입니다. 조시의 일화를 통해, 필자는 여기에 인간관계를 더해봅니다. 


자신이 속한 세대와 상관없이 이 책을 찬찬히 완독하기를 바랍니다. “인생과 자신과 타인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p.92) 삶에 대한 희망을 간직한다면, 삶의 마지막 성장기에 모네의 풍경화 못지않게 멋진 인생이 기다릴 것입니다. 


“노후는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잘 살아내야 할 단계라는 점을 알 것이다. 꽃피우려면 영원히 변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웰 에이징'을 노년기의 유일한 목표로 삼는데 만족한다. 또 어떤 사람은 '웰 에이징'을 잠재력 실현의 필수 요건으로 본다. 


웰 에이징과 더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은 연결되어 있다. 나이가 들면서 기분이 좋고, 나이 드는 일을 좋다고 느끼면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일을 하게 된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웰 에이징의 일환이다. 우리의 과제는 노화의 어려움과 기회 속에서 각자의 필요, 관심사, 능력에 맞는 최선의 노후 생활 방식을 찾는 것이다.”(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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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o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브런치's 책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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