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봄에 읽고 필사하기 좋은 인문학 에세이 추천
봄이 오면 읽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삶을 견디는 기쁨≫입니다.
햇살이 방안 깊숙이 들어오고 살짝 열어 놓은 창문 넘어 불어오는 바람도 따뜻한 기운이 묻어나는 봄날.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끼는 순간은 별반 다르지 않지만, 봄은 해마다 마음에 색다르게 와닿는데요.
어떤 해 봄은 의욕이 넘쳐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고 싶기도 하고, 어떤 해 봄은 조용히 나를 돌아보며 시작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봄이 어떤 색으로 다가오든 변함없이 곁에 두고 읽는
헤르만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을 소개합니다.
행복과 고통, 삶과 죽음에 관한 헤세의 통찰이 담긴 에세이 48편이 들어있는 인문학 에세이인데요. 중간 중간 헤세의 시도 만날 수 있습니다. <힘든 시절 벗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부제를 단 이 책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담담하게 들려주며 삶에 대한 통찰을 전하는데요.
"멀찌감치 떨어져서 내 인생을 바라보면 나는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또 착각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불행했던 것 같지도 않다."(p.62)
자신의 삶 또한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그다지 불행한 것 같지도 않다"라는 소회를 밝히며, 헤세는 행복과 고통은 삶을 받쳐주는 두 개의 기둥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행복과 고통은 우리의 삶을 함께 지탱해 주는 것이며 우리 삶의 전체라고 할 수 있다. 고통을 잘 이겨 내는 방법을 아는 것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산 것이라는 말과 같다."(p.67)
무엇보다 "기쁨"이란 키워드에 주목해서 독자들에게 삶이 지닌 긍정성과 아름다움을 찾아내도록 돕는데요. 고통 속에서도 기쁨은 사라지지 않고, 때로는 견뎌내는 그 자체가 기쁨이 된다는 통찰은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삶에 대한 성찰을 선사합니다.
1부. 영혼이 건네는 목소리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딱 한 번이라도 시도해 보라! 한 그루의 나무와 한 뼘의 하늘은 어디에서든 찾아볼 수 있다. 굳이 파란 하늘일 필요도 없다. 햇살은 어느 하늘 아래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침마다 하늘을 쳐다보는 습관을 가지면 어느 날 문득 우리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공기를 느끼고, 잠에서 깨어나 일터로 향하는 도중에도 신선한 아침의 숨결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p.17)
2부. 조건 없는 행복
"삶에 대한 놀라운 열정과 따스한 온기, 그리고 눈부신 햇살이 그 짧은 순간에 얼마나 많이 표현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날에 주어지는 선물을 가능한 한 순수하게 받아들이려고 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아픔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다. 아무리 큰 시련이 닥쳐도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려 할 것이다. 암울했던 날에 대한 기억도 아름답고 성스러운 기억의 한 토막이 되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p.101)
3부.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
"아무 희망도 없이 외롭게 수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금도 그 세월을 생각하면 몸이 얼어붙는 듯하다. 그것은 춥고 적막한 지옥과도 같았으며, 그 끝에는 암흑과 죽음뿐이었고 어떤 희망도 없었다.
그러나 모든 고통에는 한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계에 이르면 고통은 끝이 나거나 다른 모습으로 변하여 삶의 색채를 띠게 된다. 그래도 고통스러운 것은 여전하겠지만, 그럴 때의 고통은 생명이자 희망이다."(p.232)
지친 일상에서 잠시 멈추고 싶을 때, "나는 잘 하고 있는 걸까" 위로가 필요할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을 되돌아볼 때. ≪삶을 견디는 기쁨≫, 이 책을 읽어 보세요.
고통 속에서도 여전히 기쁨이 존재하고 때로는 고요히 견디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다정하게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충분하다는 헤세의 문장을 만나게 될 테니까요.
<필사 노트>가 부록으로 실려 있어, 마음에 든 문장을 필사하며 음미할 수 있는데요. 활짝 피어나는 봄에 읽고 필사하며 새로운 마음을 다지기에 좋은 인문학 에세이입니다.
“우리가 받아들일 줄 모르고 사랑할 줄 모르며 고맙게 받아 마실 줄 모르는 것은 모두 독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할 수 있고 우리의 삶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생명이며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p.232, 삶을 견디는 기쁨, 문예춘추사,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