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식탁 위엔 반찬보다 숫자가 먼저 오른다. 누군가는 “이 주식은 이번에 꼭 사야 해”라 말하고, 또 누군가는 “이젠 부동산보다 미장이 낫다”고 단언한다. 정치보다, 날씨보다, 이젠 돈 이야기가 가장 뜨겁다.
뉴스를 켜면 그래프가 오르고, SNS에선 수익 인증이 넘친다. 대통령이 ‘주가 5,000 시대’를 말했을 땐 농담 같았는데, 이제는 진짜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
친구는 한 달 만에 몇 프로를 벌었다며 자랑하고, 동료는 월급보다 주식으로 번 돈이 더 많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나만 뒤처진 것 같다. 마치 모두가 탄 버스에 나만 남겨진 듯하다.
나도 모르게 주식 앱을 열었다. 한동안 보지 않던 그 화면엔 붉은 숫자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물론 아직 마이너스인 종목도 있지만,‘이번엔 다를지도 몰라’ 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했다. ‘좋다더라’는 말만 믿고 덜컥 사 버릴까 봐.몇 년 전에도 그랬다. 다들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고 했고, 결과는 마이너스 계좌였다. 그때 알았다. 돈은 단순히 불어나지 않는다. 공부하지 않으면 결국 제자리거나, 조금 더 나빠진다.
요즘 머릿속은 온통 숫자와 그래프뿐이다. 회사에서도 주식 앱을 확인하고, 집에서는 유튜브로 ‘급등주 추천’을 본다. 그럴수록 마음이 바빠진다. 행복해지려고 시작한 일인데, 오히려 불안해진다. 이럴 때일수록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다 한다’는 이유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이해한 만큼만 한다’는 원칙. 투자의 대가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는 투자하지 마라.”
이 단순한 문장이 요즘 들어 새삼 깊게 다가온다. 그래서 나는 요즘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경제 기사도 꼼꼼히 읽고, 기업의 구조나 용어들을 하나씩 익힌다. 예전엔 지루했던 그래프도 이제는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듯,
조급함 대신 이해를 쌓는 속도를 택했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지만, 이제는 ‘돈 공부’가 아니라 ‘나의 공부’가 된 것 같다. 시장은 언제든 요동치겠지만, 배운 만큼은 흔들리지 않는다.
식탁 위의 숫자들은 여전히 춤을 추겠지만, 이제는 그 춤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다. 배우는 마음으로, 내 속도대로 걸어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