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째 장마가 이어지고 회색하늘만 본 탓인지 기분이 우울하다.
한 달에 두 번 회사의 지원을 받아 격주로 집에 오는 남편이 얄밉다.
생각이 생각을 파고드니 결국 화살이 남편에게로 향한다.
내 생일이라 둘째 주에 오기로 한 일정을 바꿔서 첫 주에 왔었고 두 주를 건너뛰고 마지막주에 오기로 계획되어 있다.
비가 오니 어딜 나간다는 생각도 접고 2주째 주말엔 집에만 있었다.
아이들이 하루종일 집에 있으니 해야 할 과제를 다 하고도(해라해라 천 번 말하면) 시간은 많으니 몇 시간씩 넷플릭스의 포켓몬을 보고 닌텐도 게임을 하고 중간중간 다투고 세끼 밥 간식을 먹고 집은 엉망이 되고 설거지는 산처럼 쌓이고 배달음식을 시켜도 뒤치다꺼리는 내 몫이다.
주말에 남편과 통화하면 오전에 회사에 잠깐 가고 별 일정이 없다.
그럼.. 그냥 한번 더 올 수도 있지 않은가? 꼭 그렇게 규칙처럼 두 번 지켜서 와야 하나?
물론 비행기 티켓값이 든다. 그 돈 좀 쓰면 안 되나?
혼자 멀리 있는 남편이 처음엔 애잔하고 안쓰러웠다.
혼자서 외롭고 힘들겠다.
밥이나 제대로 챙겨 먹을까
애들이 얼마나 보고 싶을까
시간이 지나고 내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어지니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간다
혼자서 얼마나 좋을까
아무도 없는 집에서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시간을 보내다니
진짜 자유네
가끔 오면 애들은 아빠를 너무 좋아해 주고
본인도 가끔 보는 애들이 얼마나 이쁘겠어
나라도 애들 한 달에 두 번 보면 업고 다니겠다.
180도 바뀌어버린 생각에 갑자기 서러워진다.
남편에게 전활 걸어 꼭 그렇게 한 달에 두 번 지켜서 와야 하냐고 한 소릴 했다. 뭔가 뜨끔했는지 더 많이 가야지 한다.
그냥 전활 끊고 그다음부터 오는 남편전화는 애들만 바꿔주거나 대답만 하거나 하며 유치하게 화난 티를 냈다.
그런데 이 눈치 없는 인간은
-힘들지? 자주못가서 미안해
한마딜 안 한다.
결국 오늘, 장맛비처럼 남편에게 모두 쏟아냈다.
울며 소리 지르고 화냈다.
나는 주말에도 끝내 힘을 내지 못한 나에게 화난 걸까
엄마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느낀 걸까
그래서 나에게는 화내지 못해 남편에게 화풀이를 한 걸까
혹은 장마가 길어져 맑은 하늘을 보지 못한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