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은 날, 10분 만에 차린 내 마음까지 챙긴 밥상
요즘은 날이 갈수로 귀차니즘이 작동한다.
나이 탓일까?
몸에 피로감이 집에 돌아오면 그냥 눕고 싶기만 하다.
뱃속은 뭘 넣어달라고 쪼르륵 대며 아우성을 친다.
소리가 커서 남들이 들을까 봐 부끄럽기까지 하다.
예전처럼 정성 들여 식사 준비하는 게 쉽지 않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요리연구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어도,
현실은 퇴근 후에 지친 몸을 소파에 던지며
'오늘은 뭐 먹지?'부터 시작된다.
배달 앱을 열다 말고, 냉장고 문을 열어본다.
그 안에 나를 조용히 기다리는 된장찌개 키트
내가 직접 구성한 된장찌개 키트는 대단한 요리도 아니고,
정성을 쏟아부은 한 상도 아니지만
내가 나를 챙기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된장 냄새가 스멀대며 내 코를 간질거리면
이상하게 마음이 풀린다.
애호박과 양파, 두부와 청양고추, 표고버섯까지 이미 손질돼 있고,
파우치형 육수는 물만 붓고 끓이면 된다.
10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나는 조금씩 회복한다.
예전에 샐러드를 먹고, 저염식단을 따라 하면서
'이게 건강한 식단이야' '올리브오일로 소스를 만들어야 해'
'올리브오일은 엑스트라 버전이야'라고 중얼거렸다.
샐러드를 먹어야만 건강해질 것 같은 느낌으로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배는 고프고 마음은 더 허전했던 것 같다.
건강한 밥상은 꼭 가벼운것으로 먹어야 할까?
나는 요즘, 그 생각이 자주 바뀐다. 속은 따뜻하게 데워주고,
씹는 맛이 있고, 그 무엇보다 내가 만족하는 한 끼가
진짜 건강한 밥상이라는 걸, 몸이 먼저 알아버렸다.
자연의 자료를 자연이 준 그대로 생으로 먹던,
쪄서 먹던 약간의 간만 해서
재료 자체의 맛을 느끼는 것이 더 좋은 건강식이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최소의 양념으로 재료 자체의 맛을 음미하자!!
전자레인지에 잡곡밥을 데워지는 동안
냉동실에 있던 고등어 한 마리를 에어프라이에 넣는다.
딱히 정성을 들이지 않았지만,
노릇하게 구워진 고등어에서 나는 구수한 냄새가
된장찌개랑 묘하게 잘 어울렸다.
생선 한 마리 구워 올렸을 뿐인데
밥상이 훨씬 더 건강 해졌다.
그제야 마음속에서도
'아 오늘 진짜 잘 챙겨 먹는다'라는 안도감이 든다.
오늘도, 된장찌개가 나를 살렸다.
식탁 위에는 작은 정성이 모였다.
누군가에겐 그냥 된장찌개일 수도 있지만,
내게는 '괜찮아 오늘도 잘했어'라고 말해주는 밥상이다.
이런 게 바로 현실적인 건강식,
감정까지 챙기는 한 그릇의 힘 아닐까?
여러분에게 오늘도 나를 살린 밥상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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