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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의 맛 그 나라의 맛

베트남 하노이 여행

by 요리연구가예서쌤 Mar 18. 2025

아들과 함께한 특별한 여행

얼마전 아들과 단둘이 베트남 하노이로 여행을 떠났다. 

20년전, 아들의 유학 준비를 위해 함께했던 여행과는 달랐다. 

그때는 내가 주체가 되어 계획했던 여행이었지만, 이번에는 역할이 바뀌었다.

비행기표 예매, 호텔 예약, 골프장 예약까지, 모든 일정을 계획한 아들의 모습이 든든했다. 

나는 여행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아들이 건네준 비행기표를 받아 든 채 

마치 패키지여행을 온 손님처럼 따라 나섰다. 

이제는 내가 아닌 아들이 리드하는 여행이라니, 기분이 묘했다. 

새로운 역할로 떠난 이 여행은 시작부터 특별했다.


하노이 골목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한 그릇

낯선 거리, 

매연이 자욱한 풍경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다름 아닌 하노이에서 맛본 쌀국수였다. 

여행의 묘미는 역시 현지 음식을 맛보는 것. 

작은 골목길에 자리 잡은 허름한 쌀국수집 앞에는 60~70년대 

우리나라 시장에서나 볼 법한 작은 플라스틱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낮고 작은 의자였지만, 

현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앉아 음식을 나누며 웃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장면을 바라보며 

고등학교 시절 동대문시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순대와 떡볶이를 먹던 기억이 떠올랐다. 

음식 하나에도 삶의 정취가 담겨 있었다. 

사람들은 소박한 의자 위에서도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 모습이 무척이나 따뜻해 보였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놀라운 순간, 아들의 유창한 언어 실력

우리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테이블에 앉았다. 

아들이 유창한 영어와 베트남어로 주문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놀란 눈으로 아들을 바라보다가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알던 그 아들이 맞나?' 순간, 

아들이 주문을 마친 후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우리 뭐 시킨 거야?'

“우리 아들, 영어도 잘하고 베트남어도 잘하네?”

그러자 아들은 웃으며 대답했다.

“엄마가 싫어하던 ‘리니지’ 게임 덕분이야.”

아들은 학창 시절, 게임을 통해 영어와 베트남어를 자연스럽게 익혔다고 했다. 

게임 속에서 물건을 사고팔며 언어를 배웠고, 지금은 그 경험이 사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우리는 하하 웃으며 쌀국수를 기다렸다.

드디어 쌀국수가 나왔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고수의 향이 코끝을 스쳤다. 

맑은 국물 속에 하얀 쌀국수, 초록빛 고수와 붉은 고추, 

그리고 노란 라임 조각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나는 간마늘과 핫소스를 추가해 국수를 휘휘 저었다.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켜는 순간, 진한 육수의 깊은 맛과 허브의 향이 입안을 감쌌다. 

라임의 새콤함과 고추의 알싸한 맛이 더해져 강렬한 조화를 이루었다.

“웅, 이 맛이야!”

아들과 나는 동시에 감탄하며 웃었다.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며 한입 더 떠먹으려던 순간, 아들이 갑자기

 '엄마! 이거 한국에서 먹던 거랑 레벨이 달라!'라며 

마치 자기가 만든것을 먹이기라도 하는듯 자랑스럽게 말했다. 

나도 국물을 한 모금 더 들이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이건 마치 잔치국수랑 갈비탕이 합쳐진 느낌이야!' 아들은 말했다.

“엄마, 여기 쌀국수는 한국에서 먹던 거랑 차원이 달라.”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국물 맛이 정말 깊어.”

그 순간, 나는 학창 시절 동대문시장 좌판에 앉아 친구들과 잔치국수를 먹던 기억이 떠올랐다. 

마음 좋은 주인이 배고플까 봐 국물을 더 퍼주던 따뜻한 모습도 스쳐 지나갔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쌀국수 한 그릇을 앞에 두면, 그 안에는 그 나라의 시간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 모금 머금으면 뜨거운 국물 속에 스며든 거리의 소리와 사람들의 온기가 함께 퍼져 나간다. 

한 그릇의 음식이 기억을 불러오고, 여행을 더욱 깊이 새기게 한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소박한 의자에 앉아 한 그릇의 국수를 나누던 그 순간. 

그것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내 인생에서 가장 따뜻한 여행의 한 페이지였다. 

쌀국수 한 그릇이 하노이의 사람들과 문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언젠가 다시 하노이를 찾는다면, 

나는 또다시 그 작은 의자에 앉아 첫 모금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다. 

그때도 아들이 옆에서 능숙하게 주문을 해줄까? 

아마도 그때는 내가 먼저 ‘우리 뭐 시킨 거야?’ 하고 묻지 않을까 싶다.


여러분에게도 여행지에서 잊지 못할 음식이 있나요?

어떤 음식이었고, 어떤 기억이 떠오르나요?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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