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이삭 Aug 27. 2023

공무원이 봉이야?

누칼협? 왜 사람들은 9급 공무원만 무시하는가

요새 엄마들이 갈만한 소아과 찾기 힘들다고 난리다. 출산률도 떨어지고 소아과 진료에 대한 민원제기도 많아지면서 소아과 의사들이 하나둘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소아과 전문의들도 이대로라면 언제 병원 문을 닫을지 모른다며 한숨이다. 2023년 3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서는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정부에 소아과 의사들의 수입 문제를 건의하는 등 노력했으나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더이상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살아갈 수 없다며 간판을 내리겠다고 공식선언했다.


결국 부모들에게 폭언 폭행당하고 진료 수가도 얼마 되지 않는 소아과 의사들의 문제를 전 국민이 알게 되었고 이는 뜨거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늦었지만 정부에서도 소아과 진료 공백을 우려하며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했고 무차별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던 아이 부모들도 소아과에서 행동을 조심하게 되었다. 소아과 의사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생긴 것이다.


소아과 의사뿐만이 아니다. 최근 벌어진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건, 주호민 만화가 자녀 사건 등으로 인한 교사들의 인권문제도 뜨겁다. 그동안 교사들은 일부 학부모들에게 이루 말할수없는 고통을 당하고 살았다. 그들의 비인격적 대우를 참고 참다가 터져 버리고 만 것이다. 여론은 교사 편이다. 당연하다. 누구도 교사에게 그런 식으로 대해서는 안된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야겠다. 그런데, 왜 공무원은 우는 소리를 하면 항상 박해당하는가? 특히 9급 공무원으로 대표되는 하급 공무원에게. 여론은 왜 공무원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가?


교사나 소아과 의사들이 당하고 있는 폭언과 폭행은 일선 공무원들에게는 일상이다. 얼마전 세무서에서 근무하던 공무원 한 분이 악성민원인과 대치하다가 갑작스레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사건은 공무원들에게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주민센터에 와서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질러버리는 사람도 있었고 대놓고 칼부림을 하는 민원인도 있었다. 폭언 폭행은 말할것도 없다. 주먹질당하고 뺨맞고가 일상이다. 하도 그런 일이 많아서 뉴스거리도 안되는 지경이다. 왜 뉴스거리도 안될까? 국민들이 공무원은 그런 취급 받아도 된다는 암묵적인 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이야 욕먹는 값으로 월급 받는거지 뭐"

"그런일 하라고 공무원하는거 아냐?"

"아무리 뭐래도 공무원하고픈 사람 널렸다 널렸어"

"공무원보다 못한 직업 많다. 어디 중소기업에서는 쉬는 날도 없이 돈도 못받고 일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논리는 소아과 의사나 교사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공무원이라는 단어를 '소아과 의사' 또는 '교사'로 바꿔보라.


공무원은 봉이 아니다. 소아과 의사나 교사와 같은 하나의 직업이다. 물론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새빨간 거짓말은 하기 싫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업에 귀천은 있다. 하지만 사람에 귀천은 없다. 아무리 천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도 폭언 폭행당하거나 목숨에 위협을 느끼면서 일해서는 안된다. 노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있어야 한다. 없으면 투쟁할 수도 있어야 한다. 왜 다른 직군은 그 권리를 내세우면 그렇구나 인정하고 응원하면서 공무원만 누칼협이니 그 돈으로 월급 받는다는다니 싫으면 그만두라느니 말들이 나오는 것인가?


이는 내심 하급 공무원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일부 국민들의 저열한 계급의식의 발로다. '9급 공무원따위가 무슨놈의 월급이니 인권이니 타령이야. 되도 않는 것들이 꼴보기 싫네'가 진짜 속마음이다. 원래 사람은 자신이 건드릴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관대하지만 내 수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잔인하다.


옆동네 대감집이 땅 사면 아무 생각 없지만, 우리동네 김개똥이가  땅 샀다고 하면 배 아픈게 사람 심리다. 의사나 교사는 공격하지 못한다. 그들의 삶을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내 능력으로는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에 무의식적으로 존중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9급 공무원은 다르다. 나와 비슷한 삶의 수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아니 그보다 못하다. 그러니 무시하고 싶다. 조롱하고 싶다. 나도 그냥저냥 힘들게 사는데 9급 공무원들따위가 감히 뭐? 민원인들한테 욕좀 먹는다고 불평을 해? 월급이 적다고 불만이야? 복에 겨운 것들. 꼴보기 싫은 것들.


소아과 의사가 아무리 힘들다 해도 99%의 일반국민들보다는 훨씬 더 양질의 삶을 누리고 있다. 의료수가가 적다 적다 해도 일반 월급쟁이들은 따라갈 수 없는 수입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출구가 있다. 소아과 안하고 다른 진료과로 살길을 찾을 수 있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교사가 받는 정도의 민원은 일반 공무원들도 받고 있다. 교사의 안정성은 말해 또 무엇하랴? 교사도 공무원이다. 절대 짤리지 않는 직업이다.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거나 힘들게 자영업을 하고 있는 이라면 학부모에게 욕 수도 없이 먹어도 좋으니 나도 교사하겠다고 말할 것이다.


9급 공무원만 봉잡지 마라. 직업마다 고충이 있다. 의대 광풍 대한민국에서 의사들도 우는 소리 하는 시대다. 국민 누구나 자신이 일하는 직군의 권리 상승을 위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정부에 대책을 요청하고 해당직군 종사자들에 대한 인격적인 대우를 요청할 수 있다. 그렇게 사회는 발전하는 것이다. 하급 공무원들이 실질적으로 당하고 있는,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나는 어려운 직업현실 앞에 누칼협이니 원래 그런일하는 직업이라느니 조롱하지 마라. 소아과 의사나 교사에게도 그런 말을 똑같이 할 수 있다면 모를까.

작가의 이전글 묻지마 칼부림 범죄의 진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