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3): 초자연적 조력과 동시성 현상

<삶과 철학> 4주차. 2025. 3. 27.

by 김태라

소명을 거부하지 않은 당사자는 영웅의 여정 도중 첫 번째 보호자를 만난다. ... 이러한 존재는 운명의 자비롭고 보호적인 힘을 표상한다. 이는 낙원의 평화에 대한 약속이자 보증이다. 이 약속은 현재를 지탱하고 과거와 미래까지 주관한다(따라서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이는 여러 단계에 이르는 삶의 문턱을 넘고 깨어남을 겪으면서 위험에 처하는 듯 보이지만 보호적인 힘(protective power)이 항상 영혼의 지성소에 있다는, 심지어 세상의 낯선 사건에 내재하거나 그 배후에 존재한다는 약속이다. 모험의 당사자가 그것을 알고 믿기만 하면 시공을 초월한 안내자는 언제나 나타난다. 소명에 응답했고, 용기 있게 그 귀추를 따랐기에 영웅은 모든 무의식의 힘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인다. 대자연은 항상 위대한 임무를 지원한다.

—조셉 캠벨,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1부 1장 3절 <초자연적 조력>


요즘 내가 계속 경험하고 있는 강력한 ‘일치 현상’과 함께 이 강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상황들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거나, 생각하고 있던 사람을 예고 없이 만나거나 하는 일이 거의 매일 일어나고 있다. 칼 융이 ‘동시성(Synchronicity)’이라 명명한 이러한 현상은 늘 있었지만 요즘은 어느 때보다도 특별하게 겪고 있는데 그것이 ‘영웅의 여정’과 관련되어 있는 듯하다.


융 학파 연구자인 캠브레이는 동시성 현상을 “참된 자기(Self)의 출현”이라 하고 있으며, 윌콕은 “보이지 않는 것을 언뜻 포착”한 것이라 말한다. 같은 맥락에서 융은 동시성을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라 하면서도 거기에 “우연 이상의 뭔가가 작용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 ‘뭔가’는 위의 캠벨 인용구에서 ‘힘’ 또는 ‘약속’에 해당한다. 동시성으로 표상된 로고스(Logos)의 개현. 영웅의 여정이란 그 천상의 힘 또는 의미를 지상의 몸에 체화하고 삶에 구현하는 과정이다.


또한 “현재를 지탱하고 과거와 미래까지 주관”하는 그 약속은 그것이 실현된 미래로부터 날아와 현재를 리드한다. 캠벨은 이를 ‘초자연적’이라 했지만 그것은 사실 이례적으로 보이는 보편법칙의 현현이다. 대우주의 힘이 소우주인 나를 보양하고 있으며 출발이 완성에서 비롯됨을 알면 영웅은 주저 없이 자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Just Do It. 그대는 이미 그것이며 모든 것은 이미 실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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