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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 Apr 23. 2024

나의 이상한 우울과 불안

우울증과 불안증을 동시에 앓는 것은

과거 언젠가 본 글을 인용해보겠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동시에 앓는 건 참 이상해. 실패가 두려우면서도 생산적인 일을 할 욕구는 없어. 사람이 필요하지만 사람이 싫어.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로워. 모든 걸 신경 쓰다가도 어느 순간엔 아무것도 상관이 없어져. 모든 감정을 한 번에 느끼다가도 마비된 것처럼 아무것도 못 느껴.



내 주변인들을 보면, 우울증만 앓는 경우보다 불안장애나 ADHD를 같이 앓는 경우가 더 많다. 나 역시도 그렇고. 나는 불안장애 중 강박장애, 범불안장애, 공황, 건강염려증(건강불안)을 가지고 있다. 휘황찬란한 병명들의 나열이다.



우울, 불안과의 위태로운 동거는 8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뭐가 나 자신이고 뭐가 우울인지, 뭐가 불안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그게 그거지, 뭐.



오랜만에 가슴 뛰는 일이 생겼다. 바로 서점과 도서관에서 관심 분야의 책을 찾고, 읽는 것. 특히 이틀 전에는 강남에 있는 서점들을 돌아다니며 책을 여러 권 구매해버렸다. 서점에만 들어가면 나는 깊은 집중 모드에 들어간다. 눈알은 바쁘게 움직이고 입은 벌어진다. 영혼을 책들에게 뺏기는 느낌이랄까.



이틀이 지난 오늘, 책들이 가득 놓인 학교 도서관에 오니 기분이 안 좋다. 이유는 없다. (없다기보단 모르겠다.) 책들이 잔뜩 진열된 걸 보니 숨이 턱 막힌다. 그리고 거의 곧바로 느껴지는 황당함.


'어제는 이러지 않았잖아. 오히려 반대였잖아.'


간만에 발견한 즐거움. 또, 또, 우울과 불안에게 압수당했다. 내가 뭘 잘못했지? 가져갈 거면 목숨도 좀 가져가라. 치사하게 목숨과 주변인들에 대한 미안함만 빼놓고 다 가져간다.



정상인들은 이유가 생기면 그 후에 불안을 느끼지만, 불안증자들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이유가 생기기도 전에 신체가 먼저 반응하거나 이유 없는 불안감이 훅 치고 들어온다. 불안감을 느끼면, 그때부터 그 원인을 찾는 여정이 시작된다. 주로 상담 때 자주 다룬다. 우울도 마찬가지다. 이유가 없다기보단, 이유가 숨겨진, 우울의 정체를 파악해야 나을 수 있다.



또한 불안은 활활 타오르는 우울에 기름을 붓는다. 우울증의 인지왜곡으로 인해 이유도 없이 죽고 싶어지면, 불안은 거기에 이유를 댄다. 이를테면, 나의 경우엔 이렇다. '자아다운 자아가 생긴 이후로 삶이 줄곧 힘들었기 때문에, 나는 안 힘들게 사는 방법을 모르고, 앞으로의 삶도 불행할까봐 불안하기에 난 일찍 죽는 게 낫다. 나는 미래의 모든 요소가 두렵다.' 환상의 팀플레이다.



요즘 나의 불안은.. 몸으로 드러난다. 공황을 몇 번 겪은 이후 카페인을 섭취하면 높은 확률로 심계항진이 올라온다. 그리고 평소보다 더 심해지는 근육 튕김. 발부터 목까지 모든 근육이 발작적으로 튕긴다(?). 덕분에 곳곳의 근육의 위치를 알게 되었다. 참 감사합니다.



시험기간이다. 공부하자. 하기 싫어도 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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