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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이월의 봄 Jul 06. 2023

책구름 위에서 동시와 놀다

[이안 동시집, 기뻐의 비밀을 읽고]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하며 문학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은 참 많았다.


특히, 작년(2022년)에는 농어촌 지역의 소규모 학교에 다니고 있는 6학년 1반 친구들 16명과 <책구름>이라는 학급 자율 동아리를 운영했었다. 작은 학교이기에 한 학년에 한 학급밖에 없고, 따라서 6학년 1반 친구들은 곧 6학년 전체 학생을 의미한다. 바람의 사춘기를 맞이한 16명의 친구들과 셋째를 임신한 선생님은 문학 동아리를 함께 하며, 같이 읽고, 같이 쓰며, 참 많이도 웃었다. 그리고 가끔은 마음이 찡-했다.


서로 누가 어떤 이름을 추천했는지 알지 못하지만, 우리 반 친구라면 누구든 동아리 이름을 추천할 수 있었다. 결국, 내가 추천한 이름이 최종적으로 뽑혔다. ‘책구름’이라는 이름이 아이들 마음에도 들었나 보다 :)


어느 날 책을 읽다가 ‘책구름’이라는 출판사를 알게 되었는데, 책구름이라는 말이 참 좋았다. 그래서 책 위에서 구르며 놀고, 책을 통해 구름처럼 우리 마음을 꽃 피우기를 소망하며 부친 이름이었다.



그다음 해인 1월에 셋째가 태어나면서 아이들의 졸업과 함께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다. 잠시 학교와 멀어져 있다 보니, 놀이터에서 아이들 소리가 쏟아질 때, 집 앞 학교에서 수업종 소리가 울려 퍼질 때, 지난 시간들이 문득문득 추억의 조각이 되어 떠오른다. 특히나 작년에는 아이들의 글들이 참 좋았는데… 작은 문집이라도 하나 내줄 걸~ 하는 아쉬움 또한 함께 밀려온다.


휴대전화에서 가끔, 작년에 찍어둔 아이들 작품을 우연히 보게 되면 나 혼자 보는 게 무척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타고나기를 예술가요, 과학자요, 철학자인 것 같다. 아이들의 글을 읽다 보면, 연필 뒤통수 물어가며 곰곰이 글을 쓰던 모습이 떠오르고, 부끄러운 듯 자신의 글을 천천히 읽어나가던 목소리가 떠오르고, 이내 '중학생이 된 우리 반 친구들은 잘 지내려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교복 입은 모습을 혼자 상상해 봤다가 피식 웃음이 난다.



이 글은 2022년 5월.

<책구름> 동아리 시간에 작은 학교 6학년 1반 16명(6학년 전체) 친구들과 함께 <기뻐의 비밀, 이안 동시집>을 읽고, 그중 '거미'라는 작품을 골라 함께 해 본 글쓰기 활동 중 일부를 모은 것이다.


[기뻐의 비밀 / 이안 동시집 / 사계절]






아이들의 글은 솔직하고, 재미있고, 때론 슬프고, 때론 그 아이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키가 크든, 작든,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정이 많든, 무뚝뚝 하든… 누구나 멋진 작가다. 교실에서 잘 보이지 않는 친구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날이면, 가슴이 뛴다.

내가 잘 몰랐구나, 이런 면도 있구나.

이렇게 세상을 볼 줄도 아는구나,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읽고, 쓴다.

나에 대해 알아가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라서.


의외로 아이들이 글 쓰는 시간을 괴로워하지 않고, 즐긴다는 건... 겪어보면 알 수 있다. 이름을 쓰지 않게 하면 더욱 눈길을 머물게 하게 하고,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글들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선생님은 글씨체로 다 안다는 사실. 영원한 영업 비밀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개할 '물건' :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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