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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 Jan 22. 2024

서평 사례

-문학, 비문학, 청소년, 아동, 그림책 등 다양한 분야

2. 비문학

(2) 인문/심리 -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로리 오코너/ 정지호 번역 /백종우 감수, 심심(푸른숲)

 -한번 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 보자!


제목만 봐도 뭔가 저릿저릿하다. '자살'을 시도했거나 하려는 사람들의 고통이 느껴져서.

이 책은 25년 넘게 자살을 연구한, 자살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현재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대학교의 건강심리학과 교수 로리 오코너의 연구서이다. 2021년 영국심리학회 과학도서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저자가 수십 년간 이어 온 자살 연구를 집대성한 책으로, 총 4부로 나누어 각각 자살하려는 사람의 심리, 자살의 원인, 자살의 예방, 자살의 지원책 등 자살에 대한 체계적 정보를 총망라한 종합안내서이다.      


속지에서 저자는 "자살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사람에게, 매일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하였는데, 매일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는 나는 벌써 울컥했다.      


'1부-누가 자살할 위험이 있는가?'에서는, 자살의 원인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데, 건강 불평등을 비롯한 사회 계층·직업·교육수준·소득·주택 소유 여부 같은 지표로 사용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중요 원인 중 하나이다. 또한 일상에서 겪는 실패, 위기, 상실감, 불규칙한 수면 등과 같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자살에 관한 속설을 저자는 대표적으로 열네 가지를 꼽았다. (본문 p.75)

1. 자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자살할 위험이 없다.

2.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우울증 또는 정신질환이 있다.

3. 자살은 경고 없이 일어난다.

4. 자살을 생각하는지 묻는 것은 자살할 생각을 주입하는 것이다.

5.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은 분명히 죽기를 원한다.

6.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은 항상 자살할 생각을 한다.

7. 자살은 유전된다.

8. 자살 행동의 동기는 관심을 받으려는 것이다.

9. 자살은 한 가지 요인으로 일어난다.

10. 자살은 예방할 수 없다.

11. 특정 사회 계층만 자살로 사망한다.

12. 감정 상태가 좋아지면 자살 위험이 줄어든다.

13. 자살에 관한 생각은 드물게 일어난다.

14. 치명도가 낮은 수단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진짜로 목숨을 끊을 생각은 없다.


'2부-자살 생각은 어떻게 행동으로 이어지는가' 에서는, 자살은 1부에서 다루었듯, 여러 복잡한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 자살은 버틸 수 없는 고통을 끝내려는 행위이다. 그러한 자살 심리의 핵심은 '속박감'이다. 속박감은 견딜 수 없는 사고와 감정에 갇힌 느낌을 일컫는 내적 속박감과 패배적·모욕적인 정황으로 속박된 느낌이 생기는 경우인 외적 속박감으로 나눌 수 있다.

저자는 자살에 대한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을 IMV모델(통합적 동기-의지 모델)로 설명한다. (본문 pp.140-141 참조)

1단계는 자살 위험이 나타날 수 있는 맥락을 다룬다(동기 전 단계)

2단계는 자살 생각 출현에 중점을 둔다(동기 단계)

3단계는 누군가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 자살 행동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요인을 도식화해서 보여준다(의지 단계)

또한, 자살 생각에서 자살 행동으로의 전환하게 하는 여덟 가지 의지 요인을 설명한다. "수단 접근, 자살 계획, 자살 또는 자살 행동 노출, 충동성, 신체적 고통 민감도/내성, 죽음에 대한 대담성, 심상, 과거 자살 행동"(본문 p.190)이라고.      


'3부-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을 안전하게 지킬 방법은 무엇인가' 편에서는, 크게 세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가치감과 유대감을 높이는 '단기 연락 개입'이다. 저자는 "주변에 누군가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연락을 취해 자신의 소식을 전하고 안부를 묻자, 때로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고,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도 괜찮다는 것을 이들이 인정하도록 도와만 주어도 충분하다."(본문 p.249)고 부연한다.     

둘째, 자살 위기에 놓인 누군가를 지키는 법인 '안전 계획 6단계'이다.

-1단계 : 경고 신호 포착하기

-2단계 : 내부 대처 전략 확인하기

-3단계 : 기분을 전환해줄 수 있는 사람과 사회적 장소 확인하기

-4단계 : 자살 생각이 일어나는 경우, 믿을 만한 가족/친구에게 연락하기

-5단계 : 전문가에게 연락해서 도움 요청하기

-6단계 : 환경을 안전하게 만들기     

셋째, 자살 생각을 치료하는 '장기 개입'이다. 장기적 개입은 보통 정신건강 전문가가 특정 유형의 치료를 매뉴얼에 따라 진행한다. 저자는 "증거 기반의 정신사회적 개입은 비대면 치료든 대면 치료든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중략…) 환자가 위기에서 회복기로 접어드는 전환기 과정에서 안전 계획을 세우고, 해당 전문가를 신속하게 소개하고, 추후 관찰 및 지원을 조직적으로 병행할 필요가 있다."(본문 p.296)고 강조한다.      


'4부-자살로 고통받는 사람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편에서는, "누군가의 안위가 걱정된다면, 그 사람에게 자살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직접 물어보길 바란다."(본문 p.301)고 권고한다. 우선 상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본인이 필요로 하는 사항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또한 이들을 도울 때에도 사생활과 기밀 보장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전체 자살 건수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청소년의 자살 생각이나 자해를 하는 경우, 우선 당사자와 그 가족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자녀에게 그들의 감정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 공감을 나타내고, 네가 겪는 고통이 걱정되고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도와주고 싶다고 표현하면서 연민을 보여주어야 한다."(본문 pp.325-326)고 권고한다. 또한 자해·자살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부모나 보호자는 제발 스스로의 안위를 챙기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낼 것을 강조한다.      

자살로 사별한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고인과 사별한 가족·친지나 친구의 곁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자살로 내담자나 환자를 잃은 정신건강 전문가의 경우에는 스스로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의심할만큼 죄책감과 자책에 빠지기 쉬우므로 환자 사망 후 주변 사람들과 일정 기간 연락을 취하며 근무 패턴 조정 등으로 스스로의 정서적·신체적 건강에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

저자는 “자살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살은 절망에서 비롯된 행위의 극치다” (본문 p.369)라고 재차 언급하며, 자살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자살을 예방하는 지름길임을 강조한다.      



살면서 자살 생각을 한번도 안 해 본 사람이 있을까.

난 꿈인듯 20대의 어느 한밤중 우울증이 극에 달해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던 '엄마'를 말리던 장면이 떠오르고, 결혼 후 종교 모임에서 만난 동갑내가 같은 아파트 사는 '친구'가 20층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투신해서 목숨은 건졌지만 중증 장애인이 된 사연도 알고 있다. 그 친구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여름, 하루에도 몇번씩 오던 연락이 끊긴 이후 지금까지 소식을 알 수 없다. 설마 다시 자해나 자살로 천국의 문을 열었을지도...그리고 독박육아를 하며 잠들지 않고 울며 보채는 아이를 안고 13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나'를 기억한다.      


이 책은 이렇듯,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드는 자살 생각의 원인부터 실제 자살로 이어지지 않도록 개인적·사회적 예방책을 제시하고, 사별한 사람들에게는 '공감'과 '연민'으로 치유를 돕자고 이야기한다.      


지금부터라도 좀 더 예민해지자.

나부터 가족, 친구, 직장 동료가 보내는 신호를 잘 알아챌 수 있게!

그리고 아주 가끔은 그들을 위해 진심으로 시간을 내어 주자.

가까이 있어도 외롭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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