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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무원파이어족 Jun 25. 2023

공무원 조기퇴직후 당구장사장이 되어보니..

47세 공무원 조기퇴직후 4개월만에 어릴적 꿈인 당구장 사장이 되었다.

조기퇴직 3개월만에 당구장 사장이 되다.



  47세에 공무원 명예퇴직 후 5개월이 지났다. 내가 세운 은퇴 1년차 계획에 따라 올 한해 10가지 이상 알바를 할 예정이다. 그간 서너개의 알바를 경험했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당구장 사장이 되었다.


 이유인즉슨, 당구장 사장은 중장기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로 올해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최근 당구장 알바자리가 있어 면접도 보고 이리저리 고민하던 중 우연히 괜찮은 당구장 매물이 나와서 직접 경영하는 쪽을 선택했던 것이다. 계획보다 몇 년 앞당겨진 셈이다.



당구장 창업기



당구장 창업기를 간략히 소개해보겠다.


 먼저 가장 중요한 창업비용의 경우 여느 일반가게처럼 보증금+권리금으로 이뤄진다. 보증금은 나중에 려 받을 돈이지만, 초기 창업비용을 줄일려면 저렴한게 일단 유리하다.다음 시설비라고도 불리는 권리금이다. 당구장의 경우 당구다이, 큐대 및 기타 부속품 일체 등 모든 시설비용이다.


창업즈음(2022년 4월)은 코로나 확증기로 자영업 현실이 녹록치 않았다. 특히 당구장은 실내 스포츠라 직접적인 매출감소가 두드러졌다. 그래서 가게를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매출하락으로 받을수 있는 권리금도 동반 하락하여 불리한 반면, 매수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저렴하게 살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내 입장에서는 좋은 위치에 일시적 매출하락이 있는 가게를 싸게 살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또한 가게 인수후 사업자 등록하여 골칫거리인 4대 보험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컷다. 어려운 시기지만 나름의 경제적 안전마진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본격적인 당구장 경영의 시작이다. 당구장은 보통 낮 12시쯤 오픈해서 밤 11-12시까지 운영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먹고 여유 좀 즐기다 11시쯤 당구장으로 출근한다. 당구장까지 도보로 1시간 10분 정도 걸리는데, 대부분 운동삼아 걸어 다닌다.


 당구장에 도착해서 간단한 청소 후 손님들에게 줄 대용량의 다방커피를 제조하고 나면 하루 장사가 시작된다. 손님오면 당구공 가져다 주고, 커피 등 음료드리는 단순한 루틴 업무 외에는 대부분 멍때리는 게 당구장에서의 주요 일이다. 노트북에서 영화를 보기도 하고, 신문을 보기도 하고, 소설책을 보기도 하고, 때로는 주식에 매진하기도 한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70-80흘러간 옛 노래들을 항상 틀어놓고, 나도 감상하고, 손님들도 좋아한다.


 가끔 손님이 많으면 돈 벌어서 좋고, 손님이 없으면 눈치안보고 혼자 놀기에 그 또한 여유있어 좋다. 사실상 여기는 내 전용 놀이터이자 휴식처이다. 21년간 공직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리셋해 나가며, 철저히 슬로우 슬로우 느린 삶을 살기에 제격이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정적인 삶이다.


 지인들도 내 당구장에 수시로 놀러온다. 와서 당구도 치고 특히 당구장에 있는 내실에서 음식과 술도 가끔 시켜 먹으면서 서로들 여유있는 시간을 보낸다. 블로그를 통해 파이어족 경험담을 듣고자 나를 찾아온 이웃들이 가끔 있는데, 여기서 만나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이렇게 당구장이 소통 장소이자 아지트이다. 


 당구장 운영은 항상 여유가 넘친다. 당구장을 누군가는 창살없는 감옥이라고 표현하는데, 나한테는 무릉도원같다. 여기 있으면 마음이 그렇게 차분할 수가 없다. 


21년간 쉼없이 달려오면서 얼마나 이렇게 느린 삶을 동경해 왔던가?

지친 삶에서 잠시 쉼표를 찍기에 더 없이 좋은 공간이다. 





당구장 사장이 되어보니...



 당구장 업종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오랫시간 당구장에 매여있는 것이다. 창업 전부터 전업주부인 아내에게 집안일과 애들 케어 전담을 부탁했다. 대신 당구장 수익은 백프로 모두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정도 딜은 들어가야 창업 결재를 허락 받을수 있고, 향후 마음편한 운영도 가능할것 같았다.


 내가 당구장 마치고 집에 왔는데 왕이프가 자고 있으면, 그날 번 만원짜리 10여장을 화장대에 꽂아둔다. 그러면 담날 아침 확인하고, 매우 좋아라 한다. 당구장은 대부분 현금장사라 그날 번 돈을 그 즉시 왕이프에게 가져다드려야한다. 왕이프님도 그날 그날 현금 십수만원이 생기니 흐뭇해하며, 잘했다고 팡팡 칭찬해준다. 내입장에서는 자유를 취하고 돈을 내어준 격이다. 서로에게 완벽한 윈윈관계인 셈이다.


사실 부부관계가 은퇴하고 같은 공간에서 여러날 부딪히다 보면 솔직히 불편한 점이 많다. 조기 은퇴하고 첨에 집이 있는 시간이 갑자기 늘었을때 그날 그날 왕이프 기분이 어떤지 살피는게 우선이었다. 분위기 안 좋다 싶으면 구석에 숨어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눈치보는 형국이 된다.


지금은 직업상 강제적 거리두기를 하게 되니, 서로 편하게 생활해서 얼마나 마음이 편한가!


 당구장 사장이 되어보니, 또하나의 버킷리스트를 실행했구나 싶다.


 천성이 게으른 편이지만, 뭐하나 꽃히면 앞뒤 재는 스타일이 아니다. 일단 우선 실행해보는 일장일단이 있는 있는 성격인데,  생각지도 않게 조기 창업을 함으로써 또 한번 사고를 쳤구나 싶다.


그래도 도전하는 삶은 언제나 청춘이다라는 말을 참 좋아하고, 내 은퇴철학의 가장 핵심적인 모토이다.


은퇴했다고 더 움츠러들거나 안정지향으로 돌아갈 생각이 전혀없다. 과감한 도전정신이 없다면 은퇴생활은 직장다닐때 보다 더 지루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생과 다르게 살고싶으면, 해보지 않았던 일에 도전하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다.


 대학교 때 당구장 알바를 1년 정도 했는데, 이때 맘속으로 언젠가 당구장 사장이 꼭 되리라 다짐했다.  그 꿈을 이제서야 이뤘고, 앞으로 돈을 많이 벌던 어떻든 간에 딱 6개월 정도만 운영 할 생각이다. 이후 할 일은 이미 계획해두고 있다.


 남들은 편안한 공직의 길을 마다하고 택배 상하차다, 당구장이다 스스로 가시밭 길을 택하느냐고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렇게 다양한 도전과, 고생했던 인생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노년에 돌아보면 값진 인생경험이라는 결실로 돌아올거라는 확신이 있다.


은퇴를 하며 계획했던 일이 조금씩은 수정되지만, 큰 틀은 변함없이 잘 진행하고 있다.

당구장 출퇴근하면서 참 맘편하고 행복하다고 느낀다. 아! 내가 계획했던 조기은퇴 삶의 정점에 근접해가고 있다는 안도감 같은 것이다.


 이런 내 상황을 잘 아는 지인들과 회사동료들이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고, 더불어 블로그의 많은 이웃님들까지 온라인에서 성원해주시니, 요즘은 참 인생 살맛 난다고 느낀다.


내 삶이 정말 편안함에 이르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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