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는 어른 위인전
초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제대로 된 책을 얻을 수 있었는데 그전까지는 아기돼지 3형제와 아기 코끼리 점보라는 2권의 책을 외울 때까지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새롭게 집에 들어온 위인전은 한국 인물 10명, 외국 인물 10명의 총 20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나는 외국 인물에 대한 위인전을 무척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라이트형제의 이야기에서 비행기를 향한 열정이 여러 번의 추락과 실패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고 결국에는 비행기 실험을 성공하게 만들었다는 흐름이 인상 깊었다. 에디슨 이야기에서는 그가 어릴 적 달걀을 품고 병아리로 부화시키겠다는 엉뚱한 상상력과 호기심은 그가 나이가 들어가도 계속 유지되었고 결국에는 그를 발명왕으로 만들었다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이후 학창 시절 위인에 대한 이야기를 공부로 접하게 되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엉뚱하게도 로마인 이야기의 율리우스 카이사르였고 당시는 글을 쓸 여유가 없었다. 그 이후 다시 여러 명의 이야기를 읽었지만 글을 쓰거나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다 며칠 전 자주 가는 도서관의 신착 도서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가 들어온 것을 발견하였다.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이라는 부제목의 이 책은 두께가 상당했고 다른 보던 책이 있었기에 다음에 빌릴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항상 갖고 있는 신념(신념이란 쓸모없는 것이지만 행동의 지침이 되기도 한다.)
'지금 일을 미루지 마라. 특히 흥미로운 책을 미루는 것은 어리석다.'
에 따라 빌려 3일 전부터 읽기 시작했다.
현재 이 책의 462쪽까지 읽었고 약 절반의 분량에 해당된다. 그럼에도 이 책에 대한 소개와 감상을 하는 것은 앞서 적은 위인전을 생각나게 했고 이러한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글을 결국 쓰지 않고 넘어가기 때문이다.(많은 내용이 이렇게 사라지고 서랍에 저장되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는 로버트 오펜하이머의(이하 오펜하이머) 삶을 다루고 있는데 어린 시절 그의 모습을 어릴 적 위인전보다 자세히 다루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물론 옛날 보았던 위인전들은 고대(?)급의 인물을 다루었고 기록들이 한정되어 남겨져 있지만 오펜하이머는 비교적 최신(?)의 인물이기에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와 기록으로 세밀하게 묘사되었다.
위인전들은 대개 진부하게도 어릴 적 고난이나 어려움 등을 겪고 자신들의 천재성을 발휘해 나가며 그의 재능에 맞는 실력을 내지 스토리지만 오펜하이머는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 물질적으로 부족함 없이, 아니 풍요로움을 누리며 자랐다. 그럼에도 어린 학창 시절 인싸가 되지 못한 것은 그의 흥미와 성격이 아싸에 해당되었기 때문인데 쉽게 생각하면 삐쩍 마른 사교성 없는 소년이 말주변 없이 교실에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울증까지 겪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힘든 인물이 물질적으로는 한없이 풍요로운 현대적인 느낌의 스토리 주인공은 결국에는 대학에 와서 점차 자신의 편협하고 비좁은 성격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갑작스러운 계기로 확 변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것이 이 책 오펜하이머의 매력이자 특징이다.
현재 읽고 있는 부분에서 오펜하이머는 그 아싸적인 부분에서 완전히 벗어나 인싸에서도 중심에 속해있다. 어릴 적 교실 한쪽 구석에서 약간은 찌질한 모습으로 있던 학생에서 여러 곳에서의 학업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조금씩 알아가고 발전시키는데 안타깝게도 그 능력은 한정적이어서 노벨상을 타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그는 타고난 물질적인 풍요로 점차 인싸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가고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하며 그 과정에서 성장해 현재 시점에서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총책임자가 되어 자신보다 뛰어난 과학자들을 조율하고 있다. 이야기는 이제 주인공이 앞으로 꼬꾸라질 시련 만이 남아있고 어릴 때 어린이 위인전의 흐름인 시련을 겪은 성공스토리가 아니라 어른을 위한 위인전 흐름상 성공을 겪은 위인이 겪을 심리적 고통이 묘사될 예정인데 이 부분을 어떻게 묘사할지 매우 흥미롭다.(이것은 아직 읽지 않았지만 여러 문장에 따른 복선으로 유추한 것이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이고 신착도서임에도 불구하고 며칠 동안 빌려가지 않았던 도서관 전시 상품(?)으로 책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제 요새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읽었기 때문인데 나의 노후에 대한 그림은 재미있는 종이책을 시간제한 없이 공간 제한 없이 볼 수 있는 풍경이기에, 그리고 많은 사람과 독서한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책의 두께에 지레 포기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흥미를 갖고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앞으로 20년도 남지 않은 나의 노후 생활에 종이책이 사라지는 불행은 없었으면 좋겠다.
물론 브런치에 자주 와서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일 확률이 높지만 말이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42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