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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예술인과 결혼해서 좋은 점

by 선명이와 지덕이

누군가 나에게 공연 예술인과 결혼해서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공연을 자주 관람할 수 있어서라고 말하고 싶다. 아내는 공연에 참여하거나 기획하기를 좋아하는 국악인이다. 국악 교육을 본업으로 삼고 있지만 공연도 하고 있는 예술인이다.


결혼 후에 생활 속에 즐길거리가 하나 생겼는데 아내와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다. 예술 분야와 무관한 일을 하는 내가 아내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공연 관람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살았을 것이다. 결혼 전에는 영화 관람을 위해 영화관 가는 것조차 일 년에 한두 번이었다. 공연장은 더욱 가지 않았다. 이랬던 내가 아내와 결혼하고부터 공연장에서 공연을 종종 보고 있다.


아내는 공연하는 것을 학교에서 국악을 가르치는 것보다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결혼 전부터 국악단체를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예술관련 기관에서 공연 사업을 공모하기 시작한다. 아내는 이때를 기다렸다가 인터넷에 사업 공모가 뜨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느라고 바빠진다. 어떻게든 사업을 수주하여 공연을 하고 싶어 한다.


아내는 국악단체를 혼자서 운영하고 있다. 대표자인 아내 외에 다른 회원들은 없다. 그렇다고 회원이 없어서 공연 사업을 못한 적은 없다. 공연 사업이 생기면 평소에 알고 지내던 공연인들 섭외를 위해 분주하게 전화나 카톡으로 연락하기 시작한다. 아내 혼자서 단체를 운영하다 보면 어려운 점이 생길 때가 있다. 처리해야 할 업무를 모르거나 바쁠 때이다. 이럴 때마다 아내는 나에게 실무 행정을 도와달라고 요청하곤 한다.


아내는 부부 사이에 공감할만한 이야깃거리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 소재 거리로서 제안한 것이 공연을 함께 보는 것이다. 부부가 공연을 함께 보면 공감할 수 있는 대화가 생기고 추억을 쌓을 수 있다. 또한 아내는 공연을 관람하다 보면 참신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스토리나 음악을 기획하려면 공연을 많이 볼수록 유리하다는 것이다. 공연을 보는 것이 앞으로의 예술 사업 준비를 위해 아깝지 않은 투자라는 것이다.


공연을 종종 관람하면서부터 공연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영화는 동일한 작품일 경우에 화면 속에서 스토리와 배우의 동작이 항상 똑같다. 하지만 공연은 영화와 다른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공연장 속의 현장감과 공연자들의 동작을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다. 공연은 스토리가 동일해도 똑같지 않다. 공연자의 대사나 동작이 공연할 때마다 약간씩 차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연장에서 행하는 공연은 유일한 공연이다.


공연예술인인 아내와 공연 관람을 통해 공감하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부부가 결혼 생활을 지속하는 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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