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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이와 지덕이 Feb 17. 2024

처가살이 경험기 (4)

뚜벅이 사위

소개팅녀를 처음 만난 건 서울 혜화역 근처 카페에서였다. 알고 지내던 후배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성과 만나도 성사되지 않는 결혼. 이번 만남도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소개팅녀와의 첫 만남의 느낌은 비교적 좋았다. 일단 대화가 통했고 학연, 지연 등 공통점도 찾을 수 있었다. 대화를 하던 중 나는 교회 봉사활동을 하러 경상남도 A지역에 7월 말경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소개팅녀는 자신도 비슷한 시기에 경상남도 B지역에 공연 연습을 하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A지역과 B지역은 거리상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 나는 A지역 봉사활동을 마치면 소개팅녀가 있는 B지역으로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소개팅녀는 B지역에서 나를 만나자 손수 자동차를 운전해 지역의 여러 명소를 구경시켜 줬다. 다음 날 아침, 소개팅녀는 나를 B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대전의 근무지까지 자동차로 바래다주었다.  


소개팅녀는 현재의 내 아내이다. 아내와 위의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다. 아내가 말하길 내가 B지역에 있었던 자신을 만나러 찾아온 것이 나와 결혼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아내가 자동차로 나에게 지역 명소를 구경시켜 줬지만, 오히려 내가 서울과는 달리 교통이 불편한 시골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자신에게 찾아와 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런데 연애할 때와는 달리 부부가 된 후 결혼 생활은 현실이었다.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까. 부부관계가 항상 좋을 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내는 기분이 상했을 때 아래와 같이 말할 때가 있다. 


"그때 오빠가 나한테 찾아오지만 않았으면 다른 멋진 남자랑 결혼했을 텐데. 오빠처럼 운전 못하지도 않을 테고"


연애 때는 사지가 멀쩡한데 운전 못하는 나 같은 남자를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결혼 생활 하다 보니 자신이 계속 운전하게 되어 힘들다는 것이다. 아내는 내가 운전을 하지 못하는 뚜벅이인 것을 첫 만남에서는 몰랐지만 수차례 만나다 보니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뚜벅이 남자랑 만나 결혼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내가 뚜벅이라고 해서 운전면허가 없는 것은 아니다. 32년 전에 취득한 운전면허가 있다. 하지만 활용을 하지 않는 장롱면허일 뿐이다. 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운전연수를 받았다. 총각 때, 부모님이 새 자동차도 사주셨다. 그런데 안구건조증과 졸음운전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운전하는 것이 맞지 않아 자동차를 사놓고도 거의 운전하지 않았고 현재는 뚜벅이로 생활하고 있다. 


나 같은 뚜벅이가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혼자 산다면 별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된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고, 1인가구 제품들도 많이 판다. 자동차 유지비나 세금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여럿이 함께 산다면 운전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짐들이 많고 식기구, 전자제품, 가구 생활필수품의 규모가 커진다. 함께 다닐 때도 불편할 때가 생긴다.


처갓집 식구들이 자동차로 함께 이동해야 할 경우에 아내나 처남이 운전한다. 같이 살다 보니 이런 경우들이 쌓이면 처갓집 식구들이 나에게 서운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처갓집에 얹혀사는 뚜벅이 사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얹혀사는 것이 아니라 아내가 처가에서 생활하고 싶어 하는 것에 맞춰 주는 것이다. 또한 나는 운전 외의 다른 부분으로 처갓집 식구들에게 공헌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재산적으로 도움을 준다거나 처갓집 관련 친목도모 모임에 잘 참석한다는 등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Autonomous) 기술이 연구개발되고 있다지만 자율주행 사고 문제와 관련 법령에 대한 문제로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속도가 다른 4차 산업혁명 분야(인공지능, 가상/증강현실 등)에 비해 더디다고 한다. 미래에 완전 자율주행시스템이 작동되는 자동차가 개발되어 상용화가 된다면 나 같은 뚜벅이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상용화까지 얼마나 걸릴지 내가 살아있는 동안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뚜벅이란 자동차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출처: 나무위키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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