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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gustin Jul 20. 2023

커피

Coffee

첫 글은 커피에 대한 글입니다. 우선,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하나씩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오늘도 오전에 드립 커피 한잔, 오후에 에스프레소에 설탕 한 스푼 저어서 마시고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1. 많이들 그렇겠지만, 나 또한 커피를 즐겨서 매일 두어 잔씩 마신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는 커피를 하루 대여섯 잔씩 마시셨을 정도로 즐기셨고, 당시 커피포트에 커피가 주르륵 흘러내릴 때면 집안을 잠시나마 채워주는 그 향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2. 99년 신촌, 이대 정문 앞에 스벅 1호점이 생겼을 때도 찾아가 마시곤 했다. 스타벅스 창업자의 책이 1호점 론칭에 맞추어 출간되었고, 그 책을 읽고는 이탈리안 스타일 커피의 환상에 살짝궁 빠져들었다. 한두해 지나 비슷한 커피숍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이후엔, 이대 앞 뒷골목의 '비미남경'에서 신문이나 책 보며, 에스프레소 한잔 마시곤 했고, 그 시간은 복학생의 사치였다. 그 집 커피는 커피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나도 최고라고 생각할 정도로 맛과 향이 뛰어났다. 아마도 그 집이 내 인생에 첫 번째 스페셜티 커피집이었을 것이다. 


※ 비미남경에 대한 신문 기사: https://www.joongang.co.kr/article/351724#home


3. 언젠가 커피숍을 차려보겠단 마음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2001년 겨울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지금은 없어진 런던의 피카딜리 거리의 스타벅스에서 알바를 했다. 책으로만 읽고, 손님으로만 접하던 커피를, 기본적인 이론이나 커피를 마시는 방법에 대해서 직접 배울 수 있었고, 커피숍을 운영, 관리 한다는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었으며, 직접 커피집을 열고 운영하는 것은 기존에 상상하던 것과는 달리 힘든 과정이 훨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덤으로는, 처음으로 육체노동으로 돈을 벌 때 느끼는 건강한 보람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일정은 Closing, 묻을 닫고 퇴근까지의 과정이었다. 모든 기계, 도구, 냉장고 안쪽, 바닥 패드를 걷어내고 닦고 청소하는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고, 그만큼 힘든 일이었다. 


https://www.yelp.com/biz/starbucks-london-148



4. 커피 사랑은 결혼 후에도 이어져, 가족 여행이나, 출장 시 괜찮은 커피를 두어 봉지 꼭 챙겨서 사 오곤 한다. 주말이면 이를 정성스레 갈아서 핸드 드립으로 마시는 게 아침의 시작이 됐다. 커피를 좋아하기에 캡슐 에스프레소 기계(일리 X1), 모카포트, 프렌치 프레스가 모두 있지만, 가장 많이 마시게 되는 방법은 핸드 드립이다. 우선 드리퍼 하나만 닦으면 될 정도로 후처리가 편하고, 맛과 향도 다른 방법 대비 크게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핸드 드립으로 마시는 커피는 대게의 커피숍에서 사 마시는 에스프레소 기반의 커피들과는 다른 깔끔한 (아마도 에스프레소완 달리 기름이 녹지 않아서) 맛이 있고, 조심스레 뜨거운 물을 내리며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이 즐겁고, 종이 필터외에는 특별히 살 것이 없기에 경제적이고, 앞에 말한 대로 뒤처리(설거지)할 것이 적다.  반면에, 모카포트는 매번 이를 닦아야 하고, 고무링을 1-2년에 한번씩 사줘야 하며, 프렌치 프레스는 정말 세척이 쉽지 않다. 둘다 모두 설거지때문에 자주 사용하기를 꺼리는 것같다. 에스프레소 기계 또한 정기적으로 세척을 해주는 것이 문제지만, 그래도 설거지 등의 불편함은 없어, 계속 사용하게 된다. 


5. "나중에 기회가 오면 꼭 살 것이다"라고 각오했던 캡슐 커피 기계, 일리 X1은 18년에 (드디어!) 구매했고, 덕분에 원할 때마다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행복을 누리게 됐다. 핸드 드립이 평양냉면의 육수라면, 에스프레소는 곱창전골의 국물과 같다. 갓 추출한 에스프레소에 설탕 조금 넣어 두어 번 젓고는 후루룹 두어 모금으로 끝나는 에스프레소 한잔은 잔향을 오래 남긴다. 















#커피 #커피숍 #coffee #핸드드립 #에스프레소 #espre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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