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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리A서티 Feb 04. 2024

도쿄에서 보이는 세계에서 제일 우울한 국가

삶의 여유를 찾아가는 덜 우울한 우리들의 모습을 꿈꾼다.

오랜만에 도쿄를 방문하게 되었다. 언가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무작정 떠난 여행이었다.

마침 여행 중 미국의 유명작가가 한국을 방문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라는 타이틀로 유튜브 방송을 제작하였고 그 내용에 대해서 우리나라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기사를 내보내서 흥미롭게 읽었다. 해당 방송은 한국사회의 지나친 경쟁이 결국 사회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고 이런 문제를 한국인들이 슬기롭게 극복하길 바란다는 기대로 마무리하고 있는데 분석내용에 대해 어느정도 공감하느냐에 관계없이 한국인의 노곤한 삶에 대한 우울한 증거들은 많은 곳에서 보인다. 세계에서 출산률이 가장 낮고, 자살률은 1위이며. 사교육비는 전세계 최고이다. 여기 일본 도쿄에 수많은 한국인들이 길거리를 누비고 다닌 것이 보이는데 그런 피로사회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잠시라도 탈출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게 되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록 나 자신이 한국인이며 일개 여행객의 단조로운 여행기의 파편일 뿐이지만 문득 기사를 보며 한국인의 삶은 어떤것인가 라는 질문과 함께 이국에서 보여지는 우리의 모습에 대해서 여행 중 겪었던 일을 계기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론 나의 감상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주관의 일기일 뿐이며 어떤 주제나 이슈에 관련된  세상의 모든값을 반영하여 평균화한 즉  이상적인 객관성을 절대 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또한 나는, 일본이라는 소재에서 의심할지도 모르는 소위 '일뽕'도 아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연로하신 노부모를 모시고 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하게 안전하고 비슷한 환경의 나라이라 그런 필요에서 가끔 방문하게 되어 조금 익숙해진 나라일 뿐이다. 사실 이곳에 있는 기간에도 군마현의 우리나라 강제노역자기념비 철거뉴스가 현지방소에 나왔는데 보면서 분개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각설하고 하고자 하는 얘기는 이러하다


짧은 비행이후 비행기가 랜딩기어를 내리면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착륙하고나서 내리기 직전 주변을 보면 바 핸드폰을 꺼내어들고 방문국의 유심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자신이 대여한 와이파이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한국인이다.

비행기가 멈추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서 바로 자신의 기내수하물을 짐칸에서 그 좁은 기내복도에 서서 대기하는 사람들도 유독 한국사람들이 많다. 그런 일반적인 편견이외에 이번 여행 중 특히 나를 언짢게 만든 일이 있었다. 어쩌다 거의 제일 앞쪽의 좌석에 앉게되어 비행기가 도착하자마자 바로 내려 뒤의 승객들의 길을 순조롭게 터주고자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뒤에서 갑자기 고라니처럼 튀어나오는 어떤 젊은 여성과 살짝 부딪히게 되었다. 도대체 어느정도 뒤에서 튀어나온건지 가늠할 수는 없으나 아마도 빨리내리고 싶어 작정하고 냅다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오다 시피 했으리라. 나와 살짝 부딪히자 겸언쩍었는지 그녀가 뒤로 움찔거리며 한발자국 후퇴해버렸을때 이미 살짝 언은 상태였던 나는 그냥 뒤를 돌아다보지는 않고 짐을 챙겨 서둘러 내렸다.

그런데 나리타공항에서 도쿄시내로 향하는 버스속에서 똑같은 사람과 비슷한 상황 반복되었다. 나리타공항에서 출발하는 도쿄역행 버스에 일찍 탑승하여  버제일 앞자리에 앉아 가게 되었다. 한시간여의 운행끝에 목적지인 도쿄역에 당도하여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같이 탑승한지조차 몰랐던 예의 그녀가 (옷차림으로 알아볼 수 있었다.)바람과 같이 빠른속도로 뒤에서 다가와  옆을 쏜살같이 지나쳐 이번에는 당당히 내앞에 서서 먼저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하차 후 버스짐칸의 짐을 찾기위해 서 기다리는동안 내 앞에 똑같이 서 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뭐가 그리 급한건지 마음속으로 연거푸 질문하고 있었다. 사실 생각이라기보다 부아가 난 나를 진정시키고 있었다고나 할까.

맞다. 어찌보면 아무일도 아니. 사실'한국인 그녀'의 전제가 맞다는 보장도 없고 (한국에서 같이 비행기를 타고왔다는 점, 옷차림 외모에 대한 주관적 편견의 판단외에 객관적인 다른 증거는 없다) 그런 행동도 사람에 따라 왜 이리 민감하게 구냐, 쓸때없는 걸 침소봉대하여 한국인에 대한 근거없는 편견을 조장하느냐랴고 비판할 수도 있을것같다.

 나는 당최 무엇이 그렇게 '전투적인' 페이스로 그녀의 여행행보를 만드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아마도 저녁이었기에 숙박시설의 체크인시간을 맞추려고 그랬을 수 도 있고 짧은 일정에 보다 많은것을 하고 싶어하는 열정의 소산일 수도 있겠다. 아  지금 나는 정확한 이유를 추론하는것이 목적은 아니므로 다시 논점을 돌리자면 상기한 이방인의 눈에 비친 한국이란 나라의 우울함의 원인이 지나친 경쟁이라면 그 경쟁의식이 내재화된 한국인의 서두름의 문화가 내가 마주쳤던 그녀의 행동에 반영된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을 가지게 된다. 여유롭게 여행자체를 즐길 수 있는 그런 느긋함의 풍요로움을 가지면 어떨까. 그런 마음의 풍성함이 보인다면 그것은 이미 우리의 삶이 여로면에서 훨씬 더 여유로워졌다는 말일게다. (단. 이런 풍요로움이 단순히 경제적 여유로움만이 가져다주는 것은 아닌것같다. 우리나라보다 경제적 수치가 낮은 국가의 사람들에게서도 나는 그러한 여유로움을 더 자주 관찰할 수 있었다.)

  동어반복의 모순처럼 들리지만 마음의 여유 자체를 추구하는것으로 좀 더 여유로운 삶을 가질 수 있는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참고로 도쿄에 아직도 있는 웬디스라는 햄버거 브랜드점이 눈에 들어온다. 이미 한국에서 사라져버린 다른 패밀리 레스토랑들도 눈에 띈다. 일본에서는 브랜드가 우리보다 훨씬 느리게 여유있게 살아남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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