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첨 <응방을 폐지한 닭>
충혜왕 때 응방 소속 관리가 닭을 매의 먹이로 주었다. 매가 날개 하나를 다 먹자 거의 죽어 가는 닭을 자루에 넣어 두었는데, 아침이 되자 그 닭이 울었다. 이 일을 아뢰자 성상께서 측은하게 여겼다... 닭이 우는 것은 본성이므로 듣는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그러다가 다친 닭이 한번 울자 임금이 감동하고 나라에서 관청을 폐지했다... 당시 사람들은 매를 잡느라 고생했다. 높은 곳에 사는 매를 잡으려다가 절름발이가 된 사람도 있었고, 바다에 사는 매를 잡으려다가 배가 가라앉으면서 빠져 죽은 사람도 있었다... 매의 폐단을 말하는 사람들의 호소가 어찌 닭 한 마리의 울음소리 정도에 그쳤겠는가... 그런데 여러 사람이 하는 말은 믿지 않고 닭이 한번 울자 감동했다... 임금에게 평소 백성을 자식처럼 여기는 마음이 있었다면 어찌 닭이 울기를 기다린 뒤에야 측은하게 여기겠는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