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페터 에커만 <괴테와의 대화>, 오그 만디노 <아카바의 선물>
세상에는 애초부터 분수에 만족하는 일이란 없는 것 같아. 높은 지위에 있는 양반들은 권력을 남용하고 싶어 안달이고, 대중은 점진적인 개선을 기대하며 적절한 정도에 머물러 있지 못하고 있네. 인류를 완전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야 완전한 상태라는 것도 생각할 수 있겠지.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은 영원히 이리저리 흔들거리는 법이어서, 한쪽이 행복하게 사는 동안 다른 한쪽은 고통을 당하고 있고, 이기주의와 질투심은 사악한 악령처럼 언제까지나 희롱을 계속하며, 당파 간의 투쟁도 끝없이 지속되는 거라네. 그러므로 가장 분별 있는 행동은 언제나 스스로 지니고 태어난 일, 자기가 배워서 익힌 일에 힘쓰는 것이며, 다른 사람이 그들의 직분을 다하는 걸 방해하지 않는 것이네. 구두장이는 언제나 자기의 구둣골 앞에, 농부는 쟁기 뒤에 있으면 되고, 군주는 나라를 통치하는 법을 알면 되는 것이겠지(주 1).
우석훈 교수는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에 해제를 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죽어가는 역사학, 백과사전적 지식이 필요한 시대가 온다. 전문가들의 지식을 하나로 엮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고,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발상의 전환은 백과사전적 지식을 갖춘 사람만이 가능한 블루오션이다. 흩어져 있는 지식을 엮어내고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주 2).'
흩어져 있는 지식을 하나로 엮어 조율하는 백과사전적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런 사람들이 모여 더 나은 세상을 모델링하고,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가져본 적이 있습니다. 백과사전적 지식을 갖춘 사람이라 하면 문득 괴테가 떠오릅니다. 한 시대를 사는 사람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문적인 지식을 통달하고, 그 지식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시대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가요?
『괴테와의 대화』를 읽다 보면, 그가 얼마나 많은 분야에 걸쳐 철저하게 연구를 하고, 당대의 최고 지성들과 경계를 넘나들며 교류하면서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미쳤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그렇게 다방면에 걸쳐 지식을 갖춘 사람이, 정작 본인은 일면성에 대해 늘 강조하면서 한 분야에 통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의 제자였던 에커만은 괴테가 늘 일면성을 말하면서 정작 자신은 여러 분야에 걸쳐 지식을 쌓고 다방면에 능통한 사람이 된 이율배반을, 시대적 요청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나름 해석하고 있습니다.
현대 문명은 모든 면에서 고도로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한 분야에 관한 지식을 통달하는 것만 해도 평생을 투자해야 할 만큼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고 고도의 수준을 필요로 합니다. 이런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과연 다방면에 걸쳐 통달한다는 것이 가능이나 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한편 모든 지식의 근저에 흐르고 있는 근본적인 원리나 이치는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괴테는 그렇게 말한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분별 있는 행동은 언제나 스스로 지니고 태어난 일, 자기가 배워서 익힌 일에 힘쓰는 것이며, 다른 사람이 그들의 직분을 다하는 걸 방해하지 않는 것이네.'
자연이 그러한 것처럼, 새는 새로, 물고기는 물고기로, 제 모양대로 제 역할을 다하고 사는 것이 가장 분별 있는 행동이라고 말이지요.
세계적인 성공학 작가였던 오그 만디노는 『아카바의 선물』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선택의 능력과 함께 너는 우리의 창조주가 부여할 수 있는 가장 귀중한 선물을 받았어. 그건 바로 생명력이야. 그것을 받게 되면 무엇이든 자신의 특별한 재능을 발휘하여 이 세상을 태어났을 때보다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야 하는 의무를 지니게 되는 거야(주 3)."
괴테가 말한 '스스로 지니고 태어난 일'은 '자신의 특별한 재능'과 같은 말이 아닐까요? 자신만이 부여받은 특별한 재능을 찾아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개인의 삶의 의미이자 사명이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코칭이라는 도구를 선택했습니다.
사람에게 '진심'을 줄 수 있는 것이 저의 재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코칭이라는 일 자체가 사람에게 있는 특별한 재능을 찾아주는 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살리고,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주 1) 요한 페터 에커만, <괴테와의 대화 1>, 2020, 민음사
주 2) 사이토 다카시,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2009, 뜨인돌
주 3) 오그 만디노, <아카바의 선물>, 2001, 학일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