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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중담 Nov 24. 2023

여러분은 무엇이 될 수 있나요?

조던 피터슨 < 질서 너머 >

조던 피터슨의 <질서 너머>를 읽다가,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한 구절을 만나게 되었다.


"인간의 궁극적인 질문은 우리가 누구인가가 아니라,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가다." ⁎주1)


"오~멋있다!"


그러나 이 문장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왜냐하면, 지난 수년의 세월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분투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기 위해, 그 많은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그런데 조던 피터슨은 이 단 하나의 문장으로 나의 지난 수년의 세월을 모두 부정해 버린 것이다.

'내가 그동안 뭘 한 거지?'

눈앞이 아득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한번 문맥을 따라 앞뒤의 이야기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가?'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헤아릴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안심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내가 추구했던 일들이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약 한 달 동안 읽은 책들의 내용이 스쳐 지나간다.

조던 피터슨의 <질서 너머>, 오강남 교수의 <도덕경>, 톨스토이의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세상을 보는 지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에머슨의 수상록>, 롭무어의 <레버리지>,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키케로 인생론>, <대학, 중용>, <귀곡자>...

다 읽은 책도 있고, 읽고 있는 책도 있다.

그런데 읽으면서 같은 내용들이 반복되고, 구슬을 꿰듯 하나의 실로 엮어지는 경험을 한다.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경험을 바탕으로 '로고세러피(의미치료)'라는 영역을 개척했다. 조던 피터슨의 말은 빅터 프랭클의 말과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의 '의미'를 찾을 때에야 비로소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 더 큰 무엇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  고귀한 가치와 목적, 책임, 사명을 발견할 수 있을 때, 사람은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알게 되는 것이다.


빅터 프랭클은 "인간은 단순히 생존하는 것이 아니고 언제나 다음 순간에 그의 실존이 어떻게 될 것인가, 무엇으로 변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라고 했다. 2)

인간은 매 순간의 선택에 따라 자신의 존재 됨됨이를, 실존을 직접 결정하고 만들어가는 존재인 것이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말도 다르지 않다.

"현재 존재하는 사물들은 어느 의미에서는 앞으로 존재할 사물의 씨앗이다." 3)


여기에서 말하는 '사물'은 어떤 물건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존재와 현상을 아우르는 것이다. 만물은 나날이 변화하고, 우주는 사물을 변화시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매 순간 변화하고 새롭게 창조되는 존재다.

그래서 지금 무엇을 선택하고 결정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존재(사물)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는 앞으로 존재할 것들의 씨앗이다.


내가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찾아보자.

그리고 하루하루, 매 순간을 '내가 될 수 있는 존재'를 위해 선택하고 결정해 보자.

매 순간의 선택과 결정은 씨앗이 되어 심기고, 미래의 '될 수 있는 나'로 자라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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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JORDAN B. PETERSON , <질서너머>, 웅진 지식하우스, 2023, p. 153.

     2.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청아 출판사, 1994, p. 164.

      3. M.아우렐리우스/키케로,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 키케로 인생론>, 2018, p.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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