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중담 Nov 28. 2023

성실

중용

누군가 지금 내 삶의 화두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성실'


내 일상은 무척이나 단순하다. 먹고, 자고, 책 읽고, 글 쓰고, 운동하고, 반려견(?)과 산책하고, 코칭하고,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는 것 밖에는 없다.

이것을 루틴으로 정해놓고 반복적으로 매일 수행한다. 당장 성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묵묵히 하고 있을 뿐이다.

그저 성실하게.... 


'중용'이라는 말은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종종 쓰는 용어다. 보통 이렇게 알고 있다.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음'. 그런데 중용을 읽다 보면, 그보다 훨씬 심오한 내용들이 담겨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옛날 사람들은 한 권의 책을 평생 연구하기도 하고, 적어도 서른 번 이상, 백 번씩 읽기도 했다는데, 모두 음독을 했다. 얼마나 많은 정성과 시간을 투자하면서 읽었다는 소리일까? 그러니 내용을 좔좔 외우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민*사에서 출판된 『한국 산문선』 전집을 읽다가 정말 믿기 어려운 구절을 발견했다. 어떤 선비는 한 권의 책을 무려 만 번이나 읽었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만'이라는 숫자가 '천'을 의미했다는 소리도 있는데, 천이든 만이든 믿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자기 과시와 지적 허영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배움에 대한 자세가 그러했다는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중용 '20장'을 보다가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배우지 못한 부분이 있을지언정, 배울 바엔 능숙해지지 않고는 그치지 않는다.
질문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지언정, 질문할 바엔 알게 될 때까지 질문을 그치지 않는다.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지언정, 생각할 바엔 파악할 때까지 그치지 않는다.
변별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지언정, 변별할 바엔 분명해질 때까지 그치지 않는다.
행하지 않을지언정, 행할 바엔 독실해질 때까지 그치지 않는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은 한 번에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자신은 백 번이라도 하고, 다른 사람은 열 번에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자신은 천 번이라도 한다. ⁎주1)


공자의 제자였던 '자로'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겠다. 사마천은 『사기 열전』에서 『논어』「공야장」편을 인용하면서 '자로'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자로는

좋은 말을 듣고 아직 그것을 실행하지 않았는데, 또다시 또 다른 것을 듣게 될까 봐 두려워했다. ⁎주2)

라고 한다. '행할 바엔 독실해질 때까지 그치지 않는' 자로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성실함'은 하늘의 도이고, '성실해지려고 함'은 사람의 도인데, 성실해지려면 폭넓게 배우고, 자세하고 묻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분명하게 변별하고, 독실하게 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주3)


아침이 되면 해는 어김없이 떠오르고, 저녁이 되면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른다. 추운 겨울이 가면 포근한 봄날이 찾아오고, 봄이 가면 여름이, 여름이 가면 가을이, 가을이 가면 추운 겨울이 다시 찾아온다. 이것이 '하늘의 도'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저 그러하게 행하는 것. '성실함'이다.


나는 많은 세월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성실함으로 자신만의 세상, 일가(一家)를 이룬 사람들을 몇몇 알고 있다. 그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된 덕목이 바로 꾸준함, 성실이다. 다만 꼭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선택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 중요하지 않은 일에는 자신의 정력과 힘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다.


세상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사명을 찾고 그것에 시간과 열정을 쏟아보자.

성실하게 배우고, 성실하게 묻고, 성실하게 생각하고, 성실하게 변별하고, 성실하게 행해보자.

남들이 한 번에 해냈다고 실망하지 말고, 될 때까지 성실하게 도전해 보자.

그러면 하늘이 그러한 것처럼, 자연이 그러한 것처럼, 자연스레 이루어지지 않을까?



---------------------------------------------------------------------------------------------------------------------------

주) 1. 주희, 대학·중용, 홍익, 2022, p. 179.

      2. 사마천, 사기 열전, 민음사, 2021, p. 171.

      3. 주희, 대학·중용, 홍익, 2022, p. 178.

이전 03화 여러분은 무엇이 될 수 있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