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데이비드 소로 < 월든 >
‘우리의 위대한 정신에 의해 깨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계적인 장치로 깨어난다면, 그날은 하루라고 할 수도 없고 또 그런 날에서 기대할 것도 별로 없다. 우리 내부의 새로 획득된 힘과 열망에 의해 깨어나고, 공장 종소리가 아니라 천상 음악의 파동과 공중을 가득 채우는 좋은 향기로 깨어나야 하고, 우리가 추락해 버린 더 높은 생활에 대한 열망으로 깨어나야 한다(주1).’
와~! 이 사람 뭐지?
어떻게 이렇게 멋진 말을 할 수 있을까?
말만 한 게 아니라
그는 정말로 이렇게 살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눈이 번쩍 뜨이고, 한 대 얻어맞은 충격을 받았다. 나는 알람은 맞춰놓지만 일어나기 싫어 뭉그적대다가 기상 시간을 놓치기 일쑤였다. 그렇게 시작한 하루는 무기력과 불안으로 채워졌고,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생각 없이 끌려다니며 동영상을 보고, 하루가 허무하게 끝나는 것이 두려워 새벽까지 책을 읽다가 잠이 들곤 했다. 이렇게 살고 있던 나에게 소로가 보기 좋게 한 방 먹인 것이다.
‘너의 하루는 하루도 아니고 별로 기대할 것도 없어!’
씁쓸하기는 하지만
한편 시원하다.
그렇게 4개월이 지났고
나는 변했다!
이제는 매일 5시에 일어나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회원들과 나누는 토론 속에서 나의 정신은 여물고, 마음은 단련되고 단단해진다. 이들은 모두 ‘루틴’이라는 것을 하고 있다. 루틴은 자신의 꿈과 사명을 명확히 하고 장기, 중기, 단기목표를 세밀하게 설정한 후, 목표에 이르기 위해 취해야 할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루틴은 목표에서 추출하는 것이다.
나도 그들처럼 장·중·단기목표를 설정하고 루틴을 추출했다. 매일 생각 없이 이끌려갔던 삶에 규칙이 생기고 길이 나기 시작했다. 지난날 내게 주어진 하루를 허투루 낭비한 것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적어도 내 안에 성장에 대한 욕구와 기대, 더 높은 삶에 대한 열망과 선한 기운이 꿈틀거린다는 증거니까.
조금 상세하게 나의 4개월을 공개해 보면,
구체적인 꿈이 없이 막연하게 하고 싶은 것만 가득했던 나는, 분명하고 구체적인 꿈을 갖게 되었다. 작가가 되고 싶고, 나의 삶과 사상을 통해 강의하고, 코칭으로 다른 사람의 성장과 성공을 돕고 싶다. 이렇게 글과 말을 통해 세상을 밝히는 일에 내가 잘 쓰이고 싶다.
이를 위해 추출한 나의 루틴을 몇 가지 언급하자면,
독서와 글쓰기 6시간,
발음교정을 위한 책 1페이지 소리 내어 읽기,
운동 1시간,
1주간 4회 코칭,
매일 브런치 글 발행이다.
입력이 적으면 출력 또한 부실한 법. 독서량을 늘리고, 글쓰기를 병행하여 나의 꿈에 다가가기 위한 습관을 만들었다. 이를 소화하기 위해 운동은 필수다. 코칭은 글과 말을 통해 상대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이니, 나의 꿈 중에서도 정점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식사하든 건너뛰든 간에, 마음이 요동하도록 두지 말고 친구들이 오든 가든 신경 쓰지 마라. 종소리가 울리고 아이들이 울어대도 오늘 하루를 의미 있는 날로 만들겠다고 단단히 결심하라(주2).’
나는 결심했다. 아니, 결단했다. 일찍 일어나 정신을 맑게 정돈하고, 마음을 다잡아 조그만 소동에도 요란하게 흔들리지 않도록 단련하고, 맑은 정신과 다부진 마음을 담을 수 있도록 육체를 단련하여, 균형 잡힌 인격체로 새로 태어날 것을 결단한 것이다.
순간의 결심은 단호한 결단으로,
단호한 결단은 ‘단순’한 루틴으로,
‘단순’한 루틴은 내 안의 ‘위대’한 나의 발견으로,
‘위대’한 나의 발견은 매일 새벽의 열망과 기대로 다시 나를 이끈다.
남들이 사는 대로 살아야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쭈뼛거리며 자신을 포장하는데 쓸데없는 시간과 정성을 들이지 말자.
남을 위해 일하면서 자신의 정력과 시간을 낭비하고, 정작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허무한 삶을 살지 말자.
거짓과 허영, 거대한 욕망의 블랙홀에 빠져 자신의 찬란한 빛이 사라지도록 방치하지 말자.
세상이 기대하는 나의 모습, 유일하고 위대한 나를 드러내기 위해 오늘을 살자.
거창할지 모르지만, 매일 새벽에 눈을 뜨면 이렇게 되뇌며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 수행하는 단순한 루틴과 마음속에 새기는 문구, 이들이 내 안의 위대한 나를 끄집어내어 세상에 드러낼 것을 나는 믿고 기대한다.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같은' 기차를 타고 먼저 출발한 사람들. 나는 그들이 타고 있는 기차에 오르기 위해 헐떡거리며 뛰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만의 목적지로 향하는 기차를 만들 것이다.
나를 보고 남들이 뭐라 하든 괘념치 않을 것이다.
나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매일의 루틴을 수행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하는 기준밖에 없다.
반복은 습관을 만든다.
습관은 미래의 나를 만든다.
그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꿈이다.
내 안의 ‘위대한 나’를 드러내기 위한 ‘단순한 나’의 일과.
나는 오늘도 ‘단순한 나’가 ‘위대한 나’로 성장할 것을 믿으며 묵묵히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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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2)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시민 불복종, 2023, 현대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