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중담 Dec 12. 2023

유일한 너의 가치를 매겨봐!

롭 무어의 '피카소 이야기'

오늘은 새벽까지 pc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최근 들어 글쓰기에 많은 시간을 쏟다 보니, 책에 대한 굶주림이 있었던 모양이다. 모처럼 마음의 여유가 생겨 많은 시간 책을 읽었다. 운동을 마친 후 글을 쓰려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글이 나에게 뭐지?"


솔직히 말하면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정말 힘들다. 그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에게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글을 썼던 것은 지인들에게 읽은 책의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보니 되도록 책의 핵심 내용을 많이 담는 것에 초점을 두게 되었고, 전체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기술이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마지막에 나의 견해와 소감을 덧붙이기는 했지만, 다들 자기만의 생각과 주장이 워낙 견고한 사람들이라 나의 자잘한 이야기들은 배제되었다.


그렇게 글을 쓰던 방식이 습관이 되다 보니, 내 이야기를 담는 것에 주저하게 되었다. 책이 말하고 있는 본연의 취지를 희석하지 않고, 제대로 전달하는 방식의 글쓰기가 되었던 것이다. 누군가 내게 말한다.

"너의 글에는 네 이야기가 없어."

이제는 그 말의 의미를 조금 알 것 같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언짢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 상대방의 뜻이 무엇인지 가늠하게 되었을 때, 그가 나를 매우 가치 있는 존재로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너만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너의 모습, 너의 이야기를 꺼내 봐."

"책에서 말하는 것을 굳이 자세히 풀어쓸 필요가 있을까? 그럴 바에는 책을 사서 보지. 그러니 이제 네 얘기를 해봐. 그게 사람들이 기다리는 너의 글이야."


내가 누구라고 나의 생각과 이야기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나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 나보다 많이 공부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들, 나보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은 또 오죽이나 많을까. 그렇지만 이제는 글을 쓴다는 게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다.


글은 이 세상에 유일한 나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오직 나만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감각으로 들어와 생각으로 자리 잡은 것들을 담는 것이다.


나는 실수가 많고, 실패를 거듭 경험한 어리석은 사람이지만,

중년의 나이에도 여전히 노력하며 나만의 길을 찾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나의 일상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해 줄 수 있다.

이렇게 글을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조금이나마 세상을 밝힐 수 있는 것이다.


피카소가 파리의 한 카페에 앉아 있었을 때, 팬 한 사람이 그에게 다가와서 종이 냅킨 위에 간단히 스케치를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피카소는 정중하게 그러겠다고 말한 후, 냅킨에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다 그린 후, 피카소는 냅킨을 돌려주기 전에 약간 많은 금액을 요구했다.
팬은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요구할 수 있나요? 당신은 이 그림을 그리는 데 1분밖에 안 걸렸잖아요!"
피카소가 대답했다.
"아니요. 40년이 걸렸습니다(주)!"


롭 무어의 『머니』를 읽다가 만난 피카소의 에피소드다.

고객은 1분이라는 '시간'과 냅킨이라는 '재료'만으로 피카소의 그림에 가치를 매겼다. 그러나 피카소는 자신의 그림에 '40년 인생'이라는 가치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쏟았던 열정, 투자한 시간과 비용, 노력과 헌신, 실패, 절망과 고통, 고뇌와 눈물, 서러움과 배고픔 등, 거기에는 피카소의 모든 인생이 들어있는 것이다.


피카소처럼 내 글에 그런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까? 또 내가 하고 있는 일에 그런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그것을 위해 쏟아붓는 최선의 노력과 열정, 포기하지 않고 모든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불굴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나는 썩 잘하고 있다.

매일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생각과 말이 아닌 행동, 실천으로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주) 롭 무어, 『머니』, 2019, 다산북스

---------------------------------------------------------------------------------------------------------------------------

연재하고 있는 브런치북입니다.

⁕ 월, 목 - <문장의 힘!>

⁕ 화, 금 - <거장에게 듣는 지혜>

⁕ 수, 일 - <사소한 일상은 인생의 최종손익결산>


금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