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중담 Dec 08. 2023

삶으로 증명하는 중입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일생

나는 현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실패를 충분히 경험했고, 좌절과 절망의 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정상궤도에서 벗어났다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하릴없이 빈둥거린다는 소리도 들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별다른 직장생활도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남들이 이런 나를 속된 말로 ‘찐따’라 부르더라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끝을 알 수 없는 이 어두운 터널의 출구가 존재하며, 언젠가 그곳에 이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 믿음은 괜한 것이 아니다. 나는 지난 10여 년의 세월 동안 꾸준히 책을 읽어 왔고, ‘나’로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숙고해 왔다. 최근 5개월 전부터는 새벽 독서에 참여하면서 희미했던 꿈을 구체화시키고, 현실로 실재화시키기 위해 하루하루를 투자하고 있다. 그렇게 책을 읽다가 그를 만나게 되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그의 삶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어쩐지 내 얘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위대한 그의 모습이 아닌, 있는 ‘날것 그대로’의 벌거벗은 소로의 모습이 나와 비슷하다는 얘기니까. 


하버드 대학을 나왔음에도 별다른 직업도 없이 빈둥거리며 놀고 있자, 그 꼴이 보기 싫은 어머니가 ‘어디 해외라도 나가 돈벌이를 하라’고 다그친다. 그 말을 들은 소로가 찔끔찔끔 눈물을 흘린다. 그가 살던 마을 콩코드의 이웃들도 대학까지 졸업한 사람이 ‘왜 아무 직업도 없이 빈둥거리고 있느냐’면서 의아한 시선으로 쳐다보았고, 소로의 스승이자 절친이었던 그 유명한 에머슨도 그가 방황한다고 여길 정도였으니, 소로도 참 문제아였다. 배우자도 없이 혼자였고, 직업도 없었으며, 타인으로부터 조롱과 비난을 받았으니, 내 모습이 안 보일 수가 있나.


그러나,

그의 인생은 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는 단지 방황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사상과 행동은 현실과 거리가 먼 공허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하루는 빈둥거리며 낭비되는 것이 아니었다.

삶의 방식 역시 정상궤도에서 벗어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방황했지만, 그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나는 희미했지만, 그는 분명했다.

나는 문제만 보았지만, 그는 당대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나는 정상궤도를 벗어났지만, 그는 새로운 궤도를 만들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불평하고 있었지만, 그는 들으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길을 잃었지만, 그는 제 길을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나와의 차이였다!


일거리도 많지 않은 잡역부에 불과하던 소로우가 오늘날 에머슨의 명성을 능가하여 미국 문학의 가장 중요한 인물로 자리 잡고, 수많은 정신적 지도자와 환경론자들에게 주목받게 된 것은, 그의 삶이 방황하는 자의 공허한 외침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그의 모든 삶은 자연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정교한 노력이었다. 세상이 물질적 성공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향하고 있는 동안, 소로우는 다른 곳을 향해 있었고, 그의 글들은 동시대인들의 조롱을 뛰어넘어 스스로 영원성을 획득했다(주1).


소로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의 외침이 헛된 소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목적과 삶의 방향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삶으로 증명하였다.

그래서 동시대인들의 조롱을 아득히 뛰어넘어 영원성을 획득한 것이다.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내 생각과 삶의 방향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오직 삶으로 증명해 내는 것.

삶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그저 방황하는 실패자일 뿐,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입은 다물자!


형이상학의 세계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은 어느 정도 길을 돌아온 것이다...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불리하게 시작 되었지만...나는 단지...뒤로 물러서서 숨을 고르고 있다. 나의 시간 속에는...무섭고 위협적인 것이 들어있을 것이다(주2).


그래,

나는 단지 뒤로 물러서서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다.

언젠가는 그동안 물러서서 다져온 ‘무섭고 위협적인’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오늘 하루도 내 삶으로 증명하자!


---------------------------------------------------------------------------------------------------------------------------

주1) 헨리 데이빗 소로우,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2023, 오래된 미래

주2)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2001, 책세상

---------------------------------------------------------------------------------------------------------------------------

연재하고 있는 브런치북입니다.

⁕ 월, 목 - <문장의 힘!>

⁕ 화, 금 - <거장에게 듣는 지혜>

⁕ 수, 일 - <사소한 일상은 인생의 최종손익결산>

이전 06화 “너의 하루는 하루도 아니고, 별로 기대할 것도 없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