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데이빗 소로우 < 월든 >
나는 지난 수년의 세월을 낭비하면서 보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40대 중후반의 나이. 지난 7년의 세월은 무엇하나 이루지 못한 버려진 시간처럼 느껴졌다.
내게 주어진 길이라고 생각했던 일을 그만두기까지 수많은 굴곡이 있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감당하면서 살았다. 그러나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부대낌으로 응어리졌던 녀석이 더 이상 저항할 수 없게 자라나서 커다란 대가리를 불쑥 내민 것이다. 내게는 그것을 다시 밀어 넣을 힘이 없었다. 아니, 다시 밀어 넣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7년 동안 다른 일을 찾았다. 한국어 교원 양성과정을 이수하기도 했고,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 봤고, 드론 1종 조종사 자격증도 획득했다. 그러나 무엇하나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인지 알 수 없었고, 이것들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지도 못했다. 학교에서의 우등생이 사회에서도 우등생은 아닌 것이다. 나는 사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그렇지만 마음 한 구석에 뜬 구름 잡는 것처럼 막연하게 바라고 있던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통섭'이라는 것이었다. 다양한 분야를 두루 섭렵하여 세상을 '일이관지'할 수 있는 시각을 얻고 싶었다. 나는 도대체 이 세상이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지, 사람이라는 존재가 대체 왜 그렇게 생겨먹은 건지 알고 싶었다. 그 속에서 나란 존재는 무엇인가, 무얼 좋아하고. 무얼 잘하고, 뭘 해야 되는 건가, 수많은 고민을 했다.
그렇게 책을 찾아 두루 읽고, 정리하고, 생각하고, 내면을 성찰했다. 그렇게 살던 어느 순간, 내가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문득 깨달았다. 내겐 내 시간을 언제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다!
그런데...그렇게 해서 뭐... 먹고살 수 있겠나??
결국 나는 먹고살 길을 찾기 위해 친척이 경영하고 있는 김 공장에 들어가 일을 시작했다. 영세 사업장의 열악한 환경.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신기하기도 했지만, '나'란 존재는 공장의 부속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정말 그랬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의 사이클에 맞춰 나도 함께 돌아갔다. 그래도 소소한 즐거움은 있었다. 몸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복잡한 세상과 삶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니 정신만은 자유로웠다. 그러나 소박한 즐거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지금은 브런치에 글을 쓰고, 나름 '코칭'이라는 것을 배우면서 새로운 인생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매일 새벽에 줌으로 모여 함께 독서하고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일상의 삶은, 나를 무척이나 고양시키고, 나를 격려하고 소속감을 느끼게 한다.
19세기를 살면서 '조용한 절망감에 빠진 사람들'을 깨우기 위해, 자신의 삶을 실험하고『월든』이라는 작품을 썼던 헨리 데이빗 소로우. 그의 지혜롭고 영감 있는 글귀는 지난 나의 삶을 위로해 준다.
"이처럼 인생의 가장 좋은 시기를 돈 버느라고 다 보내고 나서 가장 가치 없는 시기에 의심스러운 자유를 누리겠다고 하는 것은 어떤 영국인의 에피소드를 생각나게 하지 않는가. 그는 먼저 돈을 벌기 위해 인도로 갔다. 나중에 영국으로 돌아와 시인의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는 인도로 갈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다락방으로 올라가 시를 썼어야 마땅했다."
- 현대 지성 클래식 <월든·시민 불복종> 중에서
나는 지난 세월을 낭비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