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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Nov 21. 2024

매일 글을 쓴다는 것

300일 차.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두 개의 낱말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벌써'와 '아직'이라는 말입니다. 어떤 단어가 더 적당하든 300번째 글을 쓰는 순간입니다. 매번 최상의 글을 쓸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럴 재주는 없습니다. 그저 애초에 마음을 먹은 대로 어떻게든 하루에 1편씩은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며 실천하려 애를 쓸 뿐입니다.


막상 제가 하고 있어서 이 일이 대단한 것이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매일 뭔가를 잊지 않고 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얘기하려는 것입니다. 참 역설적인 게 글을 쓰고 있지 않을 때는 몰라도 정작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순간부터는 글쓰기를 방해할 만한 일들이 꽤 자주 발생합니다. 마치 장기를 둘 때 '대차(차와 차를 맞바꾸는 수)' 상황을 대국 상대자가 미리 낌새를 알아차고 수를 두기도 전에 자신의 '차' 말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격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글을 쓴다는 그 단순한 행위가 결과적으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에 해당합니다. 그 어떤 난관도 물리칠 만큼 글쓰기가 절실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일까요, 글을 쓰려고 마음만 먹고 있거나 막상 써도 며칠에 한 편 정도만 쓰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어쩌면 굳이 매일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못 찾아서입니다. 그것 말고도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널려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은 이 두 가지를 이겨냈다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을 하는 사람의 90% 정도반드시 중도에 포기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짧게는 3일에서 길어도 한 달을 넘기지 못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봤습니다. 저 역시 다른 일들에 대해서 마찬가지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유독 글쓰기에서만 열 달을 넘기고 있는 시점이고, 그나마 운동 정도가 이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뭔가를 잘하려면, 상위권에 들고 싶으면 꾸준히 하는 것 외엔 특별한 비책이 없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어떤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혹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사람들은, 그저 꾸준히 하기만 해도 무조건 상위 10% 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특별히 더 잘하려고 애를 쓰지 않아도 말입니다.


저보다 더 나은 사람들이 힘주어 말하고 있으니 그럴 거라고 믿을 뿐입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특단의 비법이나 보다 더 잘하려는 마음이 없어도 된다고, 늘 하던 대로 꾸준히만 하라고 합니다. 그것만이 성공하는 비결이라고 말합니다. 세상에 이렇게 믿음직한 말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이젠 어느덧 글쓰기가 하나의 행동패턴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무리 바쁘거나 피곤해도 글을 써야 잠에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글쓰기는 완성형의 결과물을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한 편 한 편씩 써 나감으로써 어제보다는 오늘이 약간 더 나은 과정형의 과업일 뿐입니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한 일에 있어서 어떤 경우가 있더라도 방심은 금물입니다. 오늘까지 300편의 글을 썼다고 해도 내일 하루 쉬어 버리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것이 매일 글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유일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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