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 < 그리움의 깊이 > 유정 이숙한
5년 동안 내 발이 되어준 07년생 라세티!! 24년 9월 14일 숨을 쉬지 않아 보험사 레커차가 들쳐업고 갔다.
멈춘 심장을 되살리기 위해 카센터에 데려가 검진을 받았다. 다음 날 아침. 검진을 마친 카센터 사장님은 문제가 된 부품을 교체하려면 수선비가 많이 나오니 폐차가 답이라고 했다. 열여덟 살이니 수명을 다한 셈이다.
운전석 창문은 올리고 내리는 것이 작동되지 않은 지 몇 해지만. 밭이나 수원, 안산 등 나를 업고 갔다.
자동차 겉은 페인트칠이 너덜거려 초라해 보였지만 고마운 친구다. 17년부터 21년까지 큰아들의 발이 되어주었다. 19년 봄. 발목이 아픈 나를 위해 화성에서 동대문 제기동의 한의원으로 가는 도중 신촌 이대입구 8차선에서 시동이 꺼졌다. 길 한 가운데 멈춰선 라세티! 당황했으나 뒤차들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해 비상등을 켰다.
보험사 레커차로 장안평 S카센터에 갔다. 57만 원에 올수리 해서 6년을 타고 다녔다. 24년 5월 브레이크
패드 25만 원 주고 교체하고 8월 말에 새는 연료호수도 교체하고 9월 첫 주 오일교환도 마쳤다. 2주 전, 핸들이 돌아가지 않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차 운행 중에 에어컨이 갑자기 꺼짐 현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땐 차 시동을 껐다 켜면 에어컨이 작동되었다.
24년 9월 14일 출발할 때는 멀쩡하더니 15분쯤 운행하니 차 안에서 연료 냄새가 심하게 났다.
화성시 항남읍 환승터미널에 근처에 주차하고 버스를 타고 서울에 가서 시인 동생에게 단호박을 4개 건네주고 불안한 마음에 곧장 향남으로 내려왔다.
차 밑바닥에 기름이 흐른 자국이 없었으나 불길한 예감! 시동을 걸고 출발했는데 3분 후 에어컨이 나갔다.
시동을 끄고 다시 걸었더니 에어컨이 작동되기에 백여 미터 전진했는데 차가 멈춰 설 거 같아 불안했다.
내 예상대로 차가 시동이 꺼질 거 같아 갓길로 가는데 호흡이 멈췄다.
추석연휴 동안 당근마켓에서 중고차를 검색했다. 인근에 맘에 드는 차가 있어 보기로 약속하고 오후 4시 만나기로 했는데 3시에 차를 팔지 않겠다는 문자를 남겼다. 아주 황당했다. 또 다른 차를 검색해서 채팅이 되었다. 만나서 차를 보고 맘에 들면 사기로 하고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향남읍 자동차등록사업소로 갔다.
그 차에 타서 엔진 소리를 들어보니 큰 문제는 없어 보여 사기로 결정했다. 38년 넘게 차를 타고 다니다 보니 차 소리만 들어도 감이 온다. 자동차 이전등록을 하려는데 보험을 드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자동차등록사업소 창구에 자동차등록증과 신분증을 내밀었더니 담당 선생님 왈.
"이 차에 이백만 원이 근저당으로 잡혀있는 거 아세요? 차를 산 사람이 근저당을 책임을 지는 거예요."
라고 한다.
2011년생 모닝, 대금 150만 원은 조금 전 지불했는데 난감했다. 전 차주는 삼십 대 초반 남자였는데 원금을 갚으면 근저당이 곧바로 풀어지는 줄 안 걸까, 같이 간 친구가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눈을 흘긴다.
확인하지 않고 차를 샀다고 원망했다. 난 청년을 믿기로 했다. 청년은 내게 받은 돈으로 원금을 상환했다.
근저당은 다음 날 오전에 풀린다. 식당 알바를 해야 하니 시간이 없어 서두른 탓이다.
중고차를 살 때는 차량등록사업소에서 차적 조회를 해서 밀린 세금이나 근저당이 있는지 확인하고 돈을 지불해야 한다. 마감 시간이 6시 5분 전이다. 차량등록은 다음 날 하기로 했다. 전 차주를 데려다주고 40여분 운행해 보니 어느 정도 몸에 익었다. 내차는 경차 은색 모닝인데 바퀴 근처가 녹슬긴 했지만 브레이크도 잘 듣고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잘 나간다. 며칠 동안 운행해 보니 차에 대한 느낌이 온다.
큰아들이 폐차장에 잘 보냈고 보험료도 환불받았으며 차 안에 있던 소지품은 챙겨 집으로 갖다주었다. 내가 이렇게 간사했나, 모닝과 함께한 지 2주 되었는데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앙증맞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