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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수 Jan 19. 2024

제주도 올레길을 걷고 내가 배운 것

큰 파도가 와도 버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다른 사람들이 힘들다고 하면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기억은 미화돼 다 괜찮아질 거야."


나는 이걸 제주 올레길을 걷고 깨달았다.


제주도에 세 번째 여행을 갔을 때였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올레길을 한번 걸어보기로 했다. 우리는 처음이니까 4시간 정도의 중급코스를 골랐다. 하지만 우리는 길치라는 사실을 망각했고 표지가 가리키는 대로 계속해서 끊임없이 걸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제주도 올레길은 총 437km로 추자도, 우도, 가파도의 코스를 제외하면 모든 코스들이 연결되어 있어서 제주도를 한 바퀴 돌 수 있게 되어있었다. 우리는 어딘가에 이 코스의 끝지점 같은 게 표시되어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계속 걸었다. 그 결과 밤 9시가 되었을 때 웬 해수욕장에 도착했고 우리는 더 이상 걸을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왜냐하면 아침 7시부터 걸어 다들 지치고 배고픈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걷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 우리는 차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야 했고 주변에는 가게하나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택시를 부르기 위해서는 뭐라도 찾아야 했다. 10분 정도 더 걸어갔을 때 엄청 커다란 횟집이 나타났다. 우리가 그곳에 들어갔을 때 그곳은 유명한 횟집도 아니었고 손님은 술 마시는 아저씨 몇 명이 다였으며 심지어는 걸어가기 쉽지 않은 곳이었기에 직원은 들어온 우리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래도 다행히 그곳에는 술 마시는 손님들을 위한 형형색색의 대리운전 명함과 콜택시 명함이 있었다. 그중에 그래도 믿음직스럽고 안전 운전해주실 것 같은 명함을 하나 골랐다. 그렇게 우리는 콜택시를 불러서 타고 다시 차에게로 되돌아갔다. 숙소에 도착하니 이미 12시도 넘은 시간이었다. 그때는 정말 후회했다. 제주의 예쁜 풍경들과 맛있는 음식들보다도 퉁퉁 부은 다리와 손가락하나 움직일 수 없는 힘듦밖에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세 번의 제주도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말하라고 하면 올레길을 걸으면서 먹었던 것과 봤던 풍경들이다. 이제는 기억 속에서 힘듦은 사라지고 좋은 추억들만 남았다. 그래서 이제 나는 여행을 할 때면 올레길을 걸었던 것처럼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걷는다. 누군가는 유명 관광지들을 빠르게 다 봐야지 완벽한 여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걸으면서 보는 모든 것들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또 쉽게 쉽게 해낸 것들보다 힘들게 얻은 것들이 더욱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 오늘도 걷고 또 걷는다.


그러니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좋은 일이라면 조금만 더 버텨라. 나중에 인생을 되돌아보면 다 좋은 추억이었고 뿌듯한 일들 투성이 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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