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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수 Jan 20. 2024

헛똑똑이가 아닌 진똑똑이로 키워보자

끊임없는 질문들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어릴 때 궁금증이 정말 많이 아이였다. 정말 쓰잘대기 없는 것도 궁금해했고 세상에서 일어나지 않을 만한 일들도 궁금해했다. 이런 나에게 엄마는 항상 귀찮아하시지 않고 답변하셨다. 그 결과 나는 지금도 물음표 천국에서 살고 있으며 물음표들은 나에게 얕고 넓은 지식을 주었다. 


세상이 물음표로 찬 것은 정말 당연한 일이다. 어릴 때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고 어른이 돼서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세상 모든 것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만 어른은 바쁜 일상에서 물음표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 같다. 아이들의 세계는 물음표로 차오르고 어른들의 세계는 물음표가 사라진다.


엄마는 내가 질문하면 바로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답을 찾을 기회를 주었다. 그게 참 좋았다. 


처음 지하철을 알게 되었던 어느 날이었다. "엄마 지하철이 뭐야?"하고 나는 또 물었다. 그러자 엄마는 지하철을 간단히 설명해 주셨다. 그러고는 바로 다음날 나는 엄마와 처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서울 구경을 갔다. 우리는 자가용이 있었기 때문에 지하철을 탈 필요가 굳이 없었다. 하지만 지하철에 대해서 한 번 타보기는 것만큼 지하철을 빨리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어제 엄마가 설명한 내용들, 책을 통해 본 내용들을 몸소 체험해 볼 수 있으니 아주 좋았다. 또 딸기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 어느 날에는 딸기 모종을 사와서 같이 키우고 딸기 농장 체험도 갔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가 그냥 인터넷 찾아서 답해주었어도 될 일들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항상 그랬다.  나는 내가 이렇게 자라온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나는 그 습관 그대로 생활한다. 궁금증이 생기면 서슴없이 물어볼 수 있다. 중학교 때 처음 MRI를 찍으러 갔을 때 절대로 자석에 붙을 수 있는 것을 갖고 들어오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받았다. 벽면에는 크게 빨간 글씨로 '쇠붙이 절대 금지'라고 쓰여있었다. 그때 시리얼이 자석에 이끌린다는 것이 떠올랐다. 'MRI 찍기 전에 시리얼을 먹어도 될까?' 하는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실 조금 물어볼까 말까 속으로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창피하다거나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 지 보다도 내 궁금증을 해결하는 게 먼저였다. 그래서나는 MRI를 다 찍고 여쭤보았다. 


"혹시 시리얼이 자석에 이끌린다는데 MRI 찍기 전에 시리얼을 먹어도 괜찮나요?" 그러니 그 사람은 처음 듣는다는 듯이 "네?! 시리얼이요?" 하고 다시 되물었다. "네, 시리얼 말이에요." "그 정도는 문제없을 거예요."하고 다시 친절하게 답해주셨다.

 

이처럼 나는 질문하는 게 두렵지 않은 사람으로 성장하였고 그 질문들을 통해서 많은 지식을 얻었다. 질문은 여러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게 해 주며 뜻밖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알아 가게 한다. 신영복 선생님께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사를 경청하는 것이 최고의 독서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이처럼 수많은 책을 읽으며 배워 나가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서도 큰 배움을 얻을 수 있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모든 사람들이 나같은 줄 알았다. 다들 내가 알고 있는 다양한 얕은 지식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신과 상관없는 것들에 관심이 없었다. 

 

고등학교 석식식사시간이었다. 우리는 어김없이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급식실로 향하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정확이 기억이 안 나지만 나무의 종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원목, 집성목, MDF, PB 등 가구에 쓰이는 다양한 나무의 종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야기가 끝날 때쯤 친구들의 신기한 눈빛이 느껴졌다. "어떻게 그런 거를 다 알아?" 하며 친구들은 이런 걸 아는 나를 신기하게 보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걸 모르는 친구들을 신기하게 보았다. 부모님이 가구를 사러 가실 때면 나는 항상 같이 가 가구를 골랐고 가구의 가격의 핵심이 되는 나무는 정말 중요한 사항이었다. 이걸로 사기도 당했으니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이었다. 또, 대학교에 와서 교양 수업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교수님은 어느 정도 생활을 하면서 접할 수 있는 부분조차도 정말 정말 모든 것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에게 설명하듯 수업하셨다. 심지어 진짜로 그것 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강의실에 절반이 넘었다.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없고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른다. 이 사실을 점점 많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많이 깨닫는다. 그때마다 엄마께 고맙다. 


얕고 넓은 지식은 진학을 할 때나 시험을 볼 때에는 별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당장은 중요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나도 학창 시절엔 그랬다. 머릿속 많은 궁금증들을 한꺼번에 쓰레기통으로 보내버리는 일들도 허다했다. 하지만 이런 지식들은 공부만 잘하고 실생활은 잘못하는 헛똑똑이가 되지 않게 해 준다. 또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기 쉬워진다. 이것은 실생활을 살아가는 데 정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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