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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태하 Jun 12. 2024

서울 생활 10년, 우리집이 생겼다.

3편. 우리집을 지켜내고서 느낀점

시간이 약일까. 부동산 시장은 최저점을 찍은 이후 조금씩 회복되더니 최근 들어 전세가와 매매가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 전세가는 -5%, 매매가는 -7%인 상태이다.


기존 임차인분은 퇴거한다고 하셔서 새로운 임차인분을 구했다. 역전세이긴 하지만 그동안 악착같이 저축한 덕분에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역전세다.


불확실한 역전세가 확실성의 영역으로 넘어왔고 부동산 매매시세도 회복되면서 정신상태도 같이 회복됐다. 상담까지 받을 용기도 생기고 나름 그간의 이벤트들에 대해서도 글로 남겨볼 수 있게 됐다.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했다.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도 샀다. 우리 가족의 삶의 질이 향상됐다. 더 나아진 삶을 경험하며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행복과 편안함에 익숙해질 수도 있겠지만 힘들었던 과거를 상기하며 늘 감사하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이뤄낸 유, 무형의 가치들을 생각해 보자.


1.

돈 문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서울에서 사는 10년 동안 거의 돈만 좇았다. 안정되고 좋은 집에서 살고 싶었다. 남의 집에서 얹혀사는 경험은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내 집 마련을 간절히 원했다. 그 결과 서울에 25평 아파트 보유하게 됐다. 적정한 시기에 입주해서 살면 된다. 우리 세 가족이 살기엔 적하다. 우리 부부 모두 출퇴근하기에도 편하다.


아직 빚이 남아있지만, 감당 가능하고 시간(인플레이션) 빚의 가치를 낮춰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적당히 돈돈돈 거려도 된다. 미뤄왔던 셀프 챙김을 해야 한다. 비만인 몸떵어리, 허리디스크, 빠져버린 치아, 약해진 마음건강을 챙기면 된다. 나와 우리 가족에게 집중할 것이다.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하다.


2.

가족이 생겼다. 집이라는 공간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예쁜 아내와 딸이 있다. 한 팔로 아내를 안고 다른 한 팔로는 딸을 안고 있으면 세상에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없어진다. 두 사람을 품에 안을 수 있으면 그걸로 됐다.


3.

투자에 대한 기준이 생겼다. 삶과 인간관계에 대한 나름의 개똥철학도 생겼다. 나의 방식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기준이 생겼기 때문에 다른 사사로운 것들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뿌리가 생긴 것이다.


4.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부를 쌓으려면 20~30년은 걸린다. 투자와 관련해서는 늘 성급하고 조급했다. 빠르게 돈을 벌어 빠르게 부를 쌓고 싶었다. 필패의 방식이다. 조급해서는 절대 뭔가를 이룰 수 없다. 그렇다고 여유 부린다고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한다. 그 중간 지점이 20~30년이다.


5.

투자도 직접 경험하는 것이 최고의 공부다. 수영을 잘하기 위해 수영 잘하는 법 책 100권 읽는 사람은 없다. 직접 수영해 보면 된다. 투자도 하락, 상승, 횡보를 경험해야 한다.

투자를 해둬야 그 시장에 대해 관심 갖고 깊게 이해할 수 있다. 투자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에게 투자와 관련된 조언을 들을 필요 없다.


6.

삶의 통제권을 내 안으로 가져와야 행복할 수 있다. 무리한 투자는 내 삶의 통제권을 시장 상황에 뺏기게 된다. 투자하려거든 투자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수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지 않으면 한다.


7.

돈은 중요하다. 돈은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 조심해야 한다. 돈이 없으면 불편하고 불행하다. 인간은 행복보다 불행에 더 예민하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돈부터 벌고 모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진정한 행복은 다른 가치로부터 온다.


8.

합리적 낙관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낙관주의자이기만 하면 더 크게 절망할 수도 있다. 내가 그랬다. 잘 될 것이라고만 생각하다가 비관적인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곱절로 절망한다. 어려운 상황을 직시하고 비관적인 상황이 올 수도 있지만, 앞으로의 세상은 조금씩 더 나아짐을 믿자.


9.

인생은 고통이다. 아무 일도 없으면 지루해서 고통스럽고 사는 게 너무 힘들어도 그것 또한 고통이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깊게 공감한다. 하지만 고통 없이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고통 그 자체를 어떻게 이겨내고 감당하고 다루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10.

만족하는 법, 잘 쉬는 법을 알아야 할 때가 왔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끝없는 욕심을 부리는 사람은 행복할 수 없다. 결과와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그것을 향해가는 과정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잘 쉬는 법도 알아야 한다. 특히 잠을 잘 자야 한다. 머릿속을 비우고 마음을 평온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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