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문턱을 넘어섰다는 확신이 드는 날. 창문 밖 공기가 유리창을 파고들어 실내의 온기마저 서늘하게 식혀버리는 그런 날. 해는 일찍 기울고 길거리의 불빛마저 움츠러든 것처럼 느껴지는 저녁이 오면, 내 몸은 자연스레 가장 원초적인 위안을 갈망한다. 그리고 그 갈망의 끝에는 언제나 빨갛고 영롱한 순두부찌개가 반짝반짝 아른아른.
급한 추위를 꺼보려고 이맘때 찾는 순두부찌개에는 육고기든 해물이든 재료가 부족하다. 없으면 없는 대로,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를 찬찬히 볶는 것으로 요리를 시작한다. 기름에 볶아지는 양념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마음까지 지글지글 부산해지고, 매캐한 듯 구수한 향이 코끝을 맴돌며 온 집안에 ‘이제 막 따뜻한 무언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안도감을 퍼뜨린다.
잠시 후 썰어 둔 대파와 양파도 함께 넣어 달달 볶다가 요리에센스 연두를 넣어 간을 딱 잡아주고, 물과 순두부, 애호박과 연두링(황태와 무)을 넣어 국물을 바글바글 끓여준다. 그 사이 고춧가루와 후추를 추가해 주면 얼큰한 색에 걸맞은 얼큰한 맛까지! 이미 맛있을 준비가 착착 끝난다.
모든 것이 뒤섞이며 루비색으로 변신하는 국물을 계속 본다. 투명했던 물이 뻘겋게 물들어가는 그 시간 동안 한참을 '요리멍' 때리며 보고 있노라면 마음도 함께 물드는 기분. 뽀얗던 순두부에도 빨간 옷이 입혀져 벌써 입에 침이 다 고인다. 억지로 자르는 대신 자연스러운 곡선을 따라 뭉실뭉실하게 넣어둔 순두부에 어느 정도 물이 들면, 취향껏 날계란 하나 톡 까놓는 것도 아주 좋다. 흐물텅한 계란 역시 냄비 속의 열기로 차츰 딴딴히 익어가면서 고소한 향을 풍기는 데다, 먹었을 때 빨간 맛을 일순 중화시켜 주는 범퍼가 된다.
갓 지은 흰쌀밥 옆에 올려진 순두부찌개를 마주할 때, 기어코 겨울이 왔구나를 느낀다. 첫 술을 뜨는 순간 매콤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혀 전체를 감싸고, 이내 부드러운 순두부가 아무 저항 없이 목을 타고 넘어간다. 바깥세상의 차가운 현실을 잊게 만드는 지극히 개인적인 안식의 순간.
겨울이 깊어질 때마다 이 순두부찌개가 떠오르는 이유는 뚝딱뚝 만들어도 뜨끈하고 온전한 맛을 전해주기 때문일 터. 매운맛을 고스란히 끌어안은 국물과 그 속에 부드럽고 따뜻한 순두부까지 전부 나를 위로하는 <순두부찌개>, 상세 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 겨울이 오면, ‘순두부찌개' 재료
순두부 1/2개 (175g)
물 2컵 (350g)
양파 1/4개 (70g)
애호박 1/10개 (30g)
대파 1/4개 (25g)
양념 1 (기본 맛 내기용)
포도씨유 2스푼 (20g)
고추기름 1스푼
다진 마늘 3스푼 (30g)
양념 2 (육수용)
요리에센스 연두진 3스푼 (30g)
연두링 (황태와 무) 1개 (4g)
고춧가루 2스푼 (20g)
후추 약간
✅ 겨울이 오면 ‘순두부찌개' 만들기
1. 양파는 0.5cm 두께로 채 썰고, 애호박은 0.5cm 두께의 반달 모양으로 썰어요. 대파도 어슷썰어요.
2. 약불로 예열한 냄비에 포도씨유, 고추기름, 다진 마늘을 넣고 약불에서 30초~1분 동안 타지 않게 볶아요.
3. 냄비에 썰어둔 양파와 대파를 넣고 중불에서 1분간 볶다가 연두진을 넣어 센 불에서 1분간 더 볶아요.
4. 볶은 재료 위로 물과 순두부, 애호박과 연두링, 고춧가루, 후추를 넣고 센 불에서 한소끔 끓인 후 중불로 줄여 2분간 더 끓이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