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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미네부엌 May 21. 2024

생고명 듬뿍 올린 초여름의 맛, 들기름 국수

비벼 먹는 국수를 선호하지 않는 우리 집. 면발에서 전분기가 녹진하게 우러난 뜨끈한 칼국수라던가, 깊은 감칠맛의 잔치국수 같은 따수운 물국수여야 비로소 '국수'처럼 느껴지기 때문인데, 의외로 날이 뜨거워지면 문득 팝업처럼 생각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들기름 국수'다. 입에 척 감기는 고소한 맛과 솔솔 풍기는 꼬순내. 김가루 같은 좋아하는 고명 척척 올려 비벼주고, 젓가락 두둑하게 말아 입에 넣으면 마음까지 뿌듯해지는, 진한 맛이 고여있는 미끌미끌한 국수.


보통 메밀면으로 들기름 '막국수'를 해 먹기가 좋지만, 건강면이라고 들고 나는 쌀소면, 현미쌀소면뿐만 아니라 소면, 중면, 대면도 다 잘 어울린다. 이처럼 초여름의 기운이 물씬할 때 들기름 국수가 생각나는 건, 생나물(?) 가득 얹어 날 것의 싱그러운 향을 즐길 수 있는 데다 들기름으로 비빈 면 사이사이에서 올라오는 그 미지근한 온도가 더 이상 차갑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온국수는 생각도 나지 않는 그런 날이 계속되면, 고소함이 폭발하는 들기름 국수에 기어코 마음이 동하는, 여름 소녀가 아주 제 오셨다.



들기름 막국수를 대명사로 만들어 버린 고기리의 그 유명한 집을 따라가지는 못해도, 좋은 들기름 골라 내가 좋아하는 면 삶고 원하는 고명 얹어 슥슥 비벼 먹으면, 그래 꿀맛이라는 표현이 참으로 적당하다. 빨간 양념의 비빔국수보다 슴슴하게 얹어진 들기름 양념에 입맛이 동하는 건 기분 탓일까. 아니, 날씨 탓인가. 나름 시원한 바람도 불어가며 더워지는 것이 찐득한 들기름 국수를 생각나게 한다.


이 국수에는 보통 깻잎을 디폴트 고명으로 많이들 쓰는데, 깻잎 역시 들깻잎이어서 그런가 식궁합이 아주 찰지다. 깻잎 여러 장을 얇게 채 썰어 같이 비벼 먹으면 상쾌한 향이 같이 퍼져 좋다. 또, 싸한 매력을 갖춘 미나리를 툭툭 잘라 올려도 아작아작 씹히는 맛이 아주 좋다. 버실버실한 이파리는 듬뿍, 질겅한 줄기 부분은 조금. 내 취향 맘껏 담아 고명용 미나리를 숭덩숭덩 썬 다음 식초 물에 담가 살랑살랑, 흐르는 물에 뽀로록 헹궈 물기를 바짝 빼준다. 들기름 양념 속에 물기가 자작해지면 흐뭇한 맛이 옅어지니, 어떤 생나물이든 물기를 다 털어 넉넉한 들기름에 숨 죽이는 것이 더 맛있다.


물이 끓어오를 때 면을 삶아 찬물로 헹궈주고 물기를 또 빼준다. 준비해 둔 고명 얹고 간간한 간을 더한 들기름 양념에 버무리면 끝. 번거로울 것은 1도 없는데 맛에는 치이는 맛난 비빔국수. 초여름의 맛이 담긴 <들기름 국수> 상세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초여름맛 '들기름 국수' 재료

주재료

현미쌀소면 1인분(100g)

깻잎 4장(8g) or 미나리 1줌(80g)

조미김 2장(4g)


양념

요리에센스 연두순 1스푼(10g)

들기름 1.5스푼(18g)

들깻가루 혹은 통들깨 2스푼(10g)


✅초여름맛 '들기름 국수' 만들기

1. 깻잎은 채 썰고, 미나리는 2cm 길이로 썬다.

2. 끓는 물에 현미쌀소면을 넣고 5분간 삶은 후 찬물에 헹군 다음 물기를 제거한다.

3. 조미김을 마구 부셔 준비한다.

4. 볼에 면, 들기름, 연두순, 들깨가루를 넣고 버무린 다음 그릇에 담는다.

5. 손질한 깻잎 or 미나리, 김가루를 얹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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