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치가 된 김치. 배춧값 고공행진으로 판매용 포장김치들마저 동이 났다던데. 냉장고에서 여름 내내 버틴 작년 김장김치를 보고 버릴까 하다가 절레절레. 국물까지 싹싹 긁어 뭐라도 만들어야 하는 요즘이다. 곧 다가오는 올해의 김장철이 무서운 하루하루. 혹시 우리 집은 김치 없이 살 수 있을까를 고민도 해보는데, 학교 급식이 입에 잘 맞아서인지 최근 들어 김치 킬러가 된 딸내미 얼굴이 불현듯 떠오른다.
'김치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를 너무 어릴 때부터 열창했던 탓일까. 채소 마다하는 어린이 입에 김치라도 넣어보고자 김치 사랑송(?)을 곧잘 불러주곤 했는데, 역시 어린 시절의 각인이란 입맛에도 꽤나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만 같다. 어떤 음식하고든 같이 먹으면 속이 풀리는 걸 체득한 듯, 아무 김치나 잘 먹기 시작하더니 매운 김치도 야무지게 조각내 숟가락에 척 얹고 만다.
이렇게 어린이도 아는 '김치'의 맛을 외국인들이라고 모를쏘냐. 얼마 전 미국에서 난리가 났다는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김치 크루아상'이다. 물론 크루아상에 김치만 넣은 것은 아니고 치즈까지 같이 얹어 매운맛을 중화시킨 맛의 쿵짝이 잘 맞는 요리. 한국인들 역시 김치와 치즈의 조합은 못 참는데, 멀리 미국에서 어떤 '맛잘알'이 그걸 빵에 넣었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까운 '묵은 금치' 탈탈 털어 새로운 맛과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오늘의 요리, 그래서 김치 치즈 크루아상이다(미국까지 가보고 싶다)!
미국의 제과점에서는 생지에 김치, 치즈, 감자 등을 같이 넣고 오븐에 구워 만든다던데, 그 정교한 비율과 손맛을 요하는 요리법까지는 가지 못하고 냅다 사온 크루아상의 배부터 갈랐다. 다 만들어진 크루아상에 볶은 김치와 녹인 치즈 같이 올려 먹어보고자. 들려온 풍월 대신 내 머릿속 조합으로 다시 해석해 보는 나만의 요리. 나와 우리 식구가 먹을 거니까 전부 다 내 마음이다.
김치를 볶고 치즈를 얹는 볶음류의 요리는 일상적이나, 그걸로 크루아상의 속을 채우는 것이 다소 비일상적이라고 느껴졌다. 버터나 스프레드가 아니라 치즈 녹인 김치를 바르다니! 꽤나 창의적인 발상으로 만든 색다른 요리는 따라 만들면서 요리사의 폭발하는 창의력을 훔친 기분까지 들었다. 도대체 이 요리가 '어느 맛으로 갈까' 두근두근한 마음도 함께 두둥실.
항시 도전하는 마음을 잊지 않게 해주는 요리는 새로울 때가 가장 재밌다. 내 손맛을 온전히 믿지 못하면서도 새로운 요리에 굳이 도전하는 과감함을 발휘할 수 있는 아주아주 안전한 영역이 바로 요리의 영역이니까. 맛의 방향이 잘못되어도 내가 먹어치우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김치 치즈 크루아상은 맛있다! 맛보장 재료들을 데려다 '조합'만 잘하면 되는 것이었다. 음, 맛에 대한 의심으로 해보기도 전에 '편견'이 있었던 나를 반성하며. 오늘도 또 배웠다. 도전하면 편견의 벽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을. "어? 이게 뭐지?" 소리가 절로 나오는 김치 크루아상, 상세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어? 이게 뭐지? '김치 크루아상' 재료
크루아상 1개(200g)
배추김치 3장(60g / 새미네부엌 겉절이양념으로 방금 만든 겉절이도 OK)
양파 1/4개(50g)
베이컨 1장(20g)
피자치즈 2스푼(15g)
포도씨유 2스푼(20g)
✅어? 이게 뭐지? '김치 크루아상' 만들기
1. 김치, 양파는 1cm 두께로 채 썰어주고, 베이컨은 1.5~2cm 두께로 썰어주세요.
TIP. 만들어둔 새미네부엌 겉절이를 활용해도 GOOD!
2. 예열된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손질한 1)을 넣어 중불에서 약 4~5분간 볶아요.
3. 복은 재료 위에 피자치즈를 넣고 중불에서 약 30초~1분간 볶아 치즈를 녹여요.
4. 반으로 가른 크루아상 사이에 볶은 재료를 넣어주면 완성!
TIP. 에어프라이어가 있다면? 3)에서 치즈를 같이 녹이지 말고 크루아상에 볶은 김치와 치즈를 따로 넣어 200도에서 약 3~5분간 치즈가 녹을 때까지 조리하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