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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거래빗 Aug 02. 2024

팽이가 하늘 나라로 갔다.

팽이와의 3년 4개월

팽이를 만난 건 21년도 10월쯤이다. 팽이는 아프리카  달팽이다. 내가 올초에 많이 아팠다. 아팠던 한달간 신경을 써주지 못했어도 살아남았던 아이였는데, 아마도 이제 수명을 다한 것 같다.


얼마전 엄마가 고기를 한팩 줬는데, 거기에 피 흡수제(?)가 들어있었다. 그걸 쓰레기 봉투에 버렸는데, 날파리가 들끓고 악취가 났다.


한달전부터 집 셀프 인테리어를 한다고 팽이는 방에 두고,

거실서 지냈다. 그 방을 몇번이고 오갔는데도, 달팽이가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겠다. 3년 넘게 달팽이 똥을 치우면서도 냄새가 나지 않았고, 죽고나서도 달팽이는 냄새를 남기지 않았다.


나는 태어나서 4번의 이별을 했다. 할아버지, 삼촌, 아빠, 할머니...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을 떠났는데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지금도 3년 넘게 키우던 팽이가 떠났는데도 그져 팽이를 어딘가에 잘 묻어줘야 겠다는 생각만 든다.


이제 5번째의 이별을 해야한다.


나는 왜 사랑하는 존재가 사라지는 데도 왜...왜...왜...

이렇게 되버렸을까...

나는 왜 가까운 사람이 아프거나 힘들어도 공감하지 못할까...나는 왜...


내가 슬퍼했던 건 내가 좋아하던 쑥을 엄마가 밭에서 뽑아버렸을때 바가지에 물을 받아서 그 쑥을 살리려고 했을때 그때 이후로는 기억이 잘 안난다.


그져 사랑하는 존재가 사라질 때마다

표정이 사라졌다. 웃으려고 해도 억지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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