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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지인 Jul 11. 2024

미국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플로리다에서 살아볼래? 01화

오랜만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국은 집값이 오르고 있다며?"

숨을 가다듬었다. 열불이 나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 동네는 집값이 내리고 있다. 물가를 잡는다고 시작한 고금리가 제대로 먹혀들고 있는 곳이다. 미국은 넓다. 아~~ 주 넓다. 주마다 지역마다 편차가 아주 크다. 미국을 하나로 싸잡아서 집값이 오르고 있냐고 물어본다.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 책과 유튜브에서 본 수요와 공급에 따른 자유경제의 시장 논리를 온몸으로 체험 중이다. 내 생각에 미국의 집값은 철저히 시장원리에 따른다. 미국은 한국보다 정책과 투기세력이 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미 정부에서 뭔가를 해주는 것은 별로 없다. 한국처럼 신혼부부 특공이나 정책 자금 저리대출 이런 것도 없다. 아! 첫 집 살 때 뭔가 조금 혜택이 있다. 그것도 자격이 맞는 대상자에게만.


수요가 많으면 집값이 오르고 공급이 더 많으면 내린다. 그 수요와 공급을 결정하는 요인이 유동성, 인구이동, 고용, 몰게지금리, 건설비 등이다. 이 중에서 수요에 영향을 주는 것이 유동성, 인구이동 그리고 고용이다. 코로나시기에 미국정부에서 보조금을 줘서 유동성이 풍부해졌다. 고용이 튼튼한 사람들은 재택근무로 복잡한 도시보다 여유로운 썬벨트 지역으로 이동했다. 그래서 플로리다의 집값이 정말 폭등했다.


마이애미나 잭슨빌 같은 대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템파와 올랜도도 집값이 많이 올랐다. 내가 있는 플로리다 팬핸들 지역의 펜사콜라도 집값이 들썩였다. 시골동네에 대도시의 시행사와 시공사들이 몰려들었다. 숲을 쳐내고 집을 짓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주택과 아파트를 누가 다 채울 수 있을까 싶은 걱정이 들 정도였다.


이제 팬데믹은 끝나고 다른 집으로 이사해 보려고 housing market에 들어오니 기가 막힌다. 뉴스에서는 주거비가 아직 안 잡혀서 인플레이션이 잘 안 꺾이고 있다고 한다. 한국 뉴스도 보면 미국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다 같이 오르지만 경기가 한풀 꺾이면 오르는 곳만 오르지 않나! 미국도 그렇다. 우리 동네는 집값이 꺾이고 있다. 옆동네는 계속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데 우리는 왜 그럴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많은 것이다. 빌더들이 너무나 많은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 분양허가를 받은 집들이 이제 다 지어져서 시장에 나오고 있다. 그리고 시행사들은 대출금리도 자체적으로 인하해 줘서 일반 주택을 사려는 사람들보다 더 낮은 금리로 새 집을 분양 중이다. 이러니 기존 주택은 보러 오는 사람들이 없다.


고용이 빵빵하게 받쳐주는 도시에서는 몰게지 대출 금리가 높아도 수요가 많고, 매물로 내놓는 집은 줄어서 집값이 오르고 있다. 그러나 몰게지 금리가 높아지면 집 사기가 망설여지는 지방 소도시에서는 집을 사려는 수요도 줄었다. 수요가 줄어든 것이 몰게지 금리 때문만일까? 이 부분은 다음화에서 풀어볼까 한다. 플로리다 소도시에서 집값 하락을 온몸으로 겪다 보니 우리나라 지방 소도시에서의 집값 하락도 남일 같지가 않다.


또 다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플로리다 집값 많이 올랐다더니 어떠냐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집을 팔려다 보니 경제의 원칙을 책으로 가 아니라 몸으로 익혀 버렸다. '지금 집을 파는 것이 최선인가?'라는 다른 질문이 꼬리를 물고 쫓아온다.


#미국생활 #플로리다라이프 #미국부동산 #미국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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