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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지인 Jul 18. 2024

이사 가세요?

플로리다에서 살아볼래? 02화

옆집 할아버지는 시카고에서 은퇴하고 코로나 때 플로리다로 이사 왔다. 앞집 이웃은 보스턴에서 일하다가 코로나 때 재택근무 한다며 이사 왔다. 옆옆집 아저씨는 옆 주인 앨라배마에서 이사 왔다. 또 다른 이웃은 뉴욕주에서 이사 왔다. 뭐 이렇게 전국에서 사람들이 들어오냐고?


내가 살고 있는 단지는 2019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단지다. 미국은 한 번에 좍 분양하고 다 입주하는 식으로 분양하지 않는다. 일단 부지를 확보한 후 Phase 1, Phase 2, Phase 3 이런 식으로 단계별로 집을 짓고 지어진 집들을 분양한다. 그 돈으로 또 다음 단계를 짓고 분양하고 그런다. 그래서 그 단지에 땅이 다 사라질 때까지 한쪽에서는 이미 입주해서 살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공사를 하고 있다.  


나는 이 단지에 2022년에 들어왔다. 2021년에 Phase 2인 상태에서 계약을 했고 2022년에 들어왔다. 2021년은 그야말로 집값이 광풍을 일으키던 해다. 집을 보려고 돌아다니면 리얼터들이 오퍼가 20개씩 들어온다고 했다. 오퍼전쟁은 정말 힘들고 피 말린다. 그런 오퍼 전쟁을 피해서 새로 짓는 단지를 보러 다녔고 지금의 단지로 들어왔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전국에서 이 단지로 들어온 듯하다.


한국도 새로 분양받아 들어가면 하자보수할 것이 많은 것처럼 미국도 1년의 하자보수기간 동안 많은 하자가 눈에 띈다. 그리고 알다시피 그렇게 빠릿빠릿하게 일하지 않는다. 하자보수 신청하면 몇 달 기다리는 것은 큰 일도 아니다. 기다리다가 지쳐서 내가 잊어버리면 하자보수가 영영 안 온다. 이런 하자보수를 다 거치고 적응할만하게 된 이웃들이 이사를 가기 시작했다.


먼저 시카고에서 이사 온 옆집 할아버지는 병원 때문에 다시 시카고로 돌아가기로 했단다. 할머니가 건강이 안 좋은데 여기서는 시카고에서 다니던 병원만 한 곳을 못 찾았나 보다. 그래서 먼저 이사 가고 집을 내놓았다. 작년의 일이다. 그리고 한참만에 집을 팔았다. 그때만 해도 겨울에 내놓아서 집 팔리는데 오래 걸리는가 보다 했다.


보스턴에서 이사 온 앞집 이웃도 다시 보스턴으로 돌아갔다. 보스턴의 회사에서 팬데믹이 끝나면서 오피스로 출근하라고 했다고 한다. 안 돌아올 거면 나가라는 초강수와 함께 말이다. 여기에 머물러 보려고 회사를 찾았다는 것으로 보아 마음에 드는 근무조건을 가진 직장을 찾지 못했나 보다. 좋은 직장을 제공하지 못하면 들어온 사람들을 붙잡을 수 없다.


옆옆집 앨라배마에서 온 아저씨는 아저씨는 은퇴했고 아줌마는 이 근처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처음에 만났을 때 '너는 누구랑 살고 있냐?'라고 물어서 이건 무슨 말인가 했다. '남편이니? 파트너니? 가족이니?' 즉, '결혼했니? 동거니? 오빠나 남동생이니?' 다. 이런 가족 관계 이야기는 처음 만났을 때 잘 묻지 않는다. 북동부는 더욱이 이런 거 물어보면 큰일 난다. 개인적인 것은 많이 친해져야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그런데 남부는 또 다르다. 자기도 가족 이야기 다 하고 나한테도 막 묻는다. 그리고 할아버지로 갈수록 우리네 할머니들처럼 거리낌 없이 가족 이야기를 물어본다. 뉴욕주에서 살다가 플로리다로 온 처음에는 이런 게 좀 이상했지만 이제는 또 뭐 그러려니 한다.


뉴욕주에서 온 다른 이웃도 이사 가려고 집을 내놓았다. 이 집은 또 이유가 좀 다르다. 주지사가 하는 게 맘에 안 든단다. 우리같이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도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 북부는 진보민주당, 남부는 보수공화당의 텃밭으로 두 당은 정책과 공약이 서로 다르다. 최근에 여성 낙태법에 대해 남부지역이 낙태금지법을 통과시켜서 난리가 났다. 골수 민주당 지지자인 그 이웃은 공화당의 텃밭인 플로리다의 정치상황이 영 맘에 안 든다며 돌아가겠단다.


최근 집값 트렌드는 팬데믹때와는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플로리다에서 살아볼래? 01화 미국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집값을 결정하는 요소는 수요와 공급이다. 팬데믹 때는 플로리다로 오려는 수요가 많았다. 그래서 가격이 올랐다. 팬데믹이 끝난 지금은 공급은 많고 수요는 적다. 그래서인지 작년보다 집값이 떨어졌다. 그에 비해 사람들이 다시 돌아간 동북부의 도시들은 집값이 오르고 있다.


여름 이사시즌이 되면 늘 이삿짐트럭을 많이 보아왔지만 요즘은 이사하는 사람들을 볼 때 '이사 가세요?'가 아니라 '어디로 이사 가세요?'라고 묻고 싶어 진다.


#미국생활 #플로리다라이프 #미국집값 #이사가는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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