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에서 살아볼래? 03화
플로리다로 이사오기 전에는 뉴욕주에 살았다. 업스테이트 뉴욕은 눈이 많이 오는 곳이다. 특히 우리가 있었던 이타카는 핑거레이크(Finger lake) 호수 중의 하나인 카유가 호수의 끝자락에 있는 도시라 정말 눈이 많이 왔다. 11월부터 4월까지 눈이 왔다. 6월에서 8월까지 여름 한철만 좋다. 내 기준에는 그렇다. 추운 곳에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든다. 그래서인지 만성 어깨통증과 같이 살아왔다. 찜질팩과 친구처럼 함께 살아왔었다. 통증을 덜기 위해 요가를 했었다.
플로리다로 이사 온 후 가장 먼저 느낀 것이 '어깨통증이 사라졌다!'다. 남편은 허리통증이 있었는데 이사 온 후 남편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고온다습 기후의 근골격계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나 자신의 사례로 알게 되었다. 나이 들면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야 하는 것은 정답이었구나! 우리 부부는 맞장구를 쳤다.
플로리다는 고온 건조가 아니라 고온 다습 지역이다. 캘리포니아처럼 고온 건조하면 더워도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하다. 그러나 고온다습은 우리나라 여름의 찜통더위다. 그늘도 덥다. 바다에 접해있어 해양성 기후라 그런지 기온이 40도 이렇게 까지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30도라고 해도 습해서 더운 편이다. 대신 겨울에도 온도가 많이 내려가지 않는다. 겨울에 영하로 잠깐 내려간 적이 있었는데 마당에 있는 야자수가 얼어 죽어버렸다.
이런 고온다습한 기후가 근육을 이완해 주는 효과가 확실히 있다. 어깨가 안 아프니 얼굴이 찌푸려 지지도 않고 체중이 준 것도 아닌데 몸이 가볍다. 항상 햇빛이 반짝반짝하니 아침부터 기분이 밝아진다. 아침부터 흐리고 눈이 오는 곳에 있을 때는 '오늘도 하루종일 눈이구나' 싶어 우울했었다. 햇빛이 감정에 주는 지대한 영향도 알아버렸다. 기후가 바뀐 곳으로 왔을 뿐인데 이렇게 컨디션이 달라지다니... 태양이 생명의 근원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 진실이다. 태양을 숭배하던 이집트인들의 마음에 공감이 되었다고나 할까?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이사 간다고 했을 때 어느 친구가 물었다. "플로리다에서 은퇴하려고?" 은퇴에 대한 그런 생각은 없었다. 단지 따뜻한 곳으로 직장을 옮기는 데 성공해서 기뻤었다. 그런데 이렇게 몸의 변화를 느끼고 보니 왜 플로리다가 은퇴자들의 천국이라고 하는지 알겠다. 주변을 보면 은퇴 후에 플로리다에 와서 정착하는 사람들이 많다.
'Snow Bird'라는 말이 있다. 겨울만 되면 플로리다에 내려와서 겨울을 나고 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보통은 북동부의 도시들에서 살다가 12월 즈음부터 내려와서 4월까지 살다가 돌아간다. 아는 분은 위스콘신주에서 지금까지 살았었다. 딸이 펜사콜라에서 살아서 왕래가 있던 차에 겨울마다 오니 너무 좋았단다. 그래서 아예 콘도를 하나 사서 겨울마다 내려와서 지내고 간다. 데스틴에 가면 12월에 "Welcome Snowbird!'라는 사인이 붙어있다. 여름관광객이 빠져나간 자리를 겨울 스노버드들이 채우고 있다.
은퇴자들이 많아서인지 시니어센터가 잘 되어 있고 활동도 활발하다. 실버타운의 한 종류인 Assisted living center도 많다. 처음에 뉴욕주에서 플로리다에 와서 놀랐던 것 중 하나가 교회 많은 것과 Assisted living center가 많은 것이었다. 교회도 정말 많다. 종교이야기는 '플로리다에서 살아볼래? 05화 술 안 팔아요'에서 해보려고 한다. 병원도 많고 식당도 많다. 그러나 집값에 비해 외식비가 싸지는 않다.
지금까지 살아보니 플로리다가 왜 은퇴자의 로망인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따뜻한 기후로 일단 몸이 좋아지는 것이 느껴지고, 햇빛을 많이 받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은퇴자들이 소셜 할 곳이 많고 실버타운도 다양하다. 온몸이 쑤시고 아프고 기분이 우울하다면, 플로리다에서 겨울나기를 일단 시도해 보시라. 따뜻한 기후와 지척에 있는 바다가 몸과 마음을 보듬어 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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